하루 매출 28조 원, 2016년 대비 40% 성장
재고처리를 위한 블랙프라이데이 vs 쇼핑 이벤트로써의 광군제 
세계적 행사로 자리매김 위해선 '소비자 신뢰도' 개선 필수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 할인 행사의 11월 11일 하루 매출이 1682억 위안(28조 3078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기록이었던 1207억 위안을 40% 가량(39.3%) 넘어선 수치다. 당초 예상이었던 1500억 위안도 훨씬 넘었다.
 

광군제 [출처=구글]
광군제 [출처=구글] 

 

사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11월 11일 '광군제'는 '독신자의 날'에 불과했을 뿐이다. 광군은 중국어로 홀아비, 독신남, 솔로 등을 뜻하는 말로써 외롭게 서 있는 사람의 형상과 비슷한 숫자 '1'자가 연달아 있는 날을 독신을 위한 날로 부르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만들어진 날이다. '1'이 두 개가 겹친 1월 1일을 소(小)광군제, 세 개인 1월 11일과 11월 1일은 중(中)광군제라 부르며, 광군제 행사가 진행되는 11월 11일은 대(大)광군제로 젊은 층의 소개팅과 파티, 선물 교환이 자주 이뤄졌던 날이다.

광군제가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쇼핑 이벤트로 진화한 데는 알리바바의 역할이 크다. 2009년 광군제를 맞아 알리바바그룹 자회사인 타오바이몰에서 독신자를 위한 대대적 할인 행사를 시작한 것. 그 후 광군제는 기업과 소비자의 참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가 됐다. 

이번 광군제에서는 역대급 각종 기록들이 쏟아졌다. 2012년 광군제 하루 매출을 달성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분도 채 되지 않으며, 2013년 매출은 16분 10초만에, 2014년 매출은 1시간 만에 각각 뛰어 넘었다. 이제는 광군제가 단순히 솔로만을 위한 날이 아닌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전세계 255개 국가에서 결제가 이뤄졌으니, 단순히 중국만을 위한 행사가 아닌 글로벌 이벤트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알리바바는 하루 만에 전세계 225개국에서 14억 8000만 건의 주문이 일어났고, 배송 물량만 8억 1200만 건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닮은 듯 다른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광군제는 언제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비교되곤 한다. 둘 모두 최대의 '쇼핑 이벤트'라는 점은 동일하지만 많은 면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광군제에서는 모바일 구매가 전체 구매비율의 90%에 달한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브랜드의 '재고 처리'라는 목적에서 생겨난 '블랙프라이데이'와 '중국 최대 쇼핑 이벤트'를 표방하는 '광군제'와는 태생부터 다르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재고 상품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진행한 반면 '광군제'는 말 그대로 그 날을 위한 상품을 준비해 판매한다.

미국에서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부터 크리스마스·새해 시즌까지 약 1달에 걸쳐 1년 중 가장 큰 할인 행사를 벌인다. 블랙프라이데이는 쇼핑 시작일인 금요일을 말하며, 통상 할인 행사 기간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이라고 말한다. 판매자는 '재고떨이'를, 구매자는 연말 보너스로 필요했던 물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기회를 잡는, '재고관리'와 '쇼핑'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기회다. 미국인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날이라고 볼 수 있다.
  
재고를 싼 가격에 공급하기 때문에 제품은 선착순으로 판매되고, 재고 소진 이후에는 행사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구매자들 간 폭력사태가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는 이유도 재고 쟁탈이라는 사소한(?) 해프닝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판매뿐만 아니라 인터넷 판매도 병행되면서 이와 같은 촌극은 줄어들긴 했지만, 이 시즌만큼은 누구에게나 '지름신'이 방문하고, '합리적'이라는 단어 속에 '과소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기도 한다.
 

블랙프라이데이 [출처=구글]
블랙프라이데이 [출처=구글]

 

실제로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소비는 미국 연간 소비 중 20%에 달하고, 기업은 약 70%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해당 시즌의 현황을 관측하고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와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득템'인 줄 알았는데…소비자 피해 사례 증가
광군제가 세계적 쇼핑 이벤트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소비자들(특히 국내 소비자)은 행사 참여를 꺼려하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할인폭이 큰 만큼 광군제에서 고가 제품을 구매하는 사례도 늘어가고 있는데, 불량품이나 가짜 상품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 피해자들은 환불이나 교환 요청을 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요청이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비단 국내에서만의 일은 아니다. 8억 1200만 건에 달하는 배송 물품에서 불량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비책은 미비한 것이 현 상황이다.

광군제 이전에 일부러 가격을 올려서 실제로는 할인하지 않으면서 대폭 할인하는 것처럼 꾸미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합리적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 했다는 의미다. 오히려 할인 가격이 기존 판매가격보다 높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비해 가장 큰 약점으로 볼 수 있다. 블랙프라이데이에서는 가격할인이 눈속임이 아니다. 행사 기간이 지나면 원래 가격대로 가격을 돌리며, 이와 같은 역사가 지속된 후에 사람들이 블랙프라이데이를 신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군제는 더 이상 일부 솔로를 위한 날이 아니다. 중국 만의 쇼핑 이벤트도 아니다. 알리바바를 비롯한 광군제 기획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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