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환경TV]
학생에게 제공되는 급식 [출처=환경TV DB]

[그린포스트코리아 황인솔 기자]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생계가 어려울 때 주로 쓰는 표현이다. 먹는다는 행위가 살다라는 말과 직결될 만큼 인생에서 '잘 먹는일'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과거에 식량을 구하기가 어려워 배를 곯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경제 성장과 더불어 우리 식탁도 제법 풍성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밥상에서 먹거리를 덜어내는 추세다. 유기농이 아니라서, 유해 화학 물질 검출이 의심돼서, 건강을 망칠까 조마조마하며.

음식의 양보다 질을 더 중시하게 되면서 TV와 인터넷 등 매체에서 관련 뉴스가 쏟아진다. 그 중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슈는 급식과 관련된 것이다. 최근 의정부의 모 고등학교 급식에서 고래 회충이 발견됐다. 학생이 직접 찍어 올린 갈치구이 사진 속에는 실낱같은 회충이 그득했다.

아마 비주얼 때문이 아닐까. 갈치 사이에 가득 끼어있는, 당장이라도 꿈틀댈 것 같은 회충들은 꽤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급식 관련 종사자들은 언론이 괜히 법석을 부린다며 '별 일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정에서 먹는 갈치에도 흔히 발견되는 회충이며, 익힐 경우 아무런 해가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급식의 수난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료 소독에 락스 성분인 차아염소산나트륨이 사용되며,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락스의 뒷 면을 보면 주방 위생, 화장실 청소, 표백 등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이 부가적이라고 표기돼 있으며 주용도는 식품 살균이라고 말한다. 락스의 원료는 소금이고, 비율에 맞춰 희석한다면 인체에 무해하다.

그럼에도 락스로 세척한 과일이나 채소가 찜찜하게 느껴졌던 건 우리가 식품 위생 관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이영애 분)가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락스를 한 방울씩 꾸준히 먹여, 결국 그 여성이 시름시름 죽어갔던 장면이 한몫했을지도..

급식 지도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촬영= 환경TV]
급식 지도 현장, 기사 내용과 무관한 이미지 [출처=환경TV DB]

대량 생산, 그리고 정확한 위생 관리가 필요한 급식소에서 살균 효과가 강력한 소독 물질을 사용하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몇 천명 분의 갈치구이 토막 하나하나를 헤집어가며 검사할 수도 없을 것이다. 분명 그들은 많은 노력과 공부를 통해 한 판의 급식을 만들었을 것이고, 인체에 ‘무해’하도록 했을 텐데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아마 여러 가지 요소가 이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다. 첫째로 일부 비양심 업체의 꾸준한 비리 생성으로 '급식'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감정과 불신이 섞여있다는 것, 둘째는 대량 생산과 영양, 위생에 대해 관념이 희박한 이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회충이나 락스 같은 단어가 언론을 통해 자극적으로 드러난 것, 셋째는 과거에 비해 먹거리의 질을 중시하게 된 우리의 생활 모습때문이라고 생각된다.

10여 년 전, 나의 학창시절에도 국 통에서 주먹만한 돌 하나가 나왔다. 몇몇 학생들이 급식실로 달려가 따졌지만, 조리사 아주머니께서 던진 말이 일품이었다. “어디서 섞여들어갔나 봐, 미안해 그런데 너희 나이 때는 돌도 소화시키지 않니?”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격분하기보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꺄르르 웃고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이번 고래 회충을 발견한 학생들은 이후에 어떤 대화를 나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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