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포스트코리아 김호중 기자] 9년 전 북한의 백두산 인근에서 살던 김정의(50세․새터민)씨는 중국, 태국 거처 남한으로 왔다. 그가 선택한 남한의 정착지는 아름다운 섬 제주다. 그리고 지금 그는 제주 곳곳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제주도는 아름다운 곳이 너무 많아요. 유명한 곳도 좋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산 그리고 야생화, 곤충들을 자주 찍으러 다니죠. 한 번은 높은 파도를 찍고 싶어 해변에 갔다가 파도에 휩쓸릴 뻔하기도 했어요”
제주도는 그가 북한에서 살 때부터 선망의 대상이었다. 북한의 고위간부였던 최룡해가 제주도를 너무 가보고 싶어서 국정원 직원과 몰래 갔다가 숙청되었다는 소문이 주민들 사이에 돌 정도였다고 한다. 탈북 후 그는 유명 관광지인 제주에서 택시운전을 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제주도로 향했지만 취업이 녹록치 않았다.
그는 새로운 직업에 도전했다. 전원만 누를 줄 알았던 컴퓨터를 배워야겠다고 결심하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웠다. 북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래픽 작업은 당시 40대 김씨에게 큰 벽이었다. 그러던 중 사진보정 과정을 배우며 인생 처음 카메라를 손에 잡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무조건 찍고 다시 또 찍으며 혼자 사진촬영기법을 익혔고 그것을 근육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4년, 이미 그는 각종 공모전에 수상경력이 있는 사진가가 되었다.
“어느 가을, 새별 오름에 억새를 찍으러 갔어요. 그런데 한 노인이 멋있게 억새밭에서 나팔(트럼펫)을 불고 있는 거 에요. 그래서 그 장면을 여러 장 찍었어요. 그러니까 그 양반도 저를 의식했지는 한껏 포즈를 취하더라구요. 하하”
김 씨는 그 사진에 ‘여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리고 이 사진은 본지가 주최한 제5회 환경사랑사진제에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제주도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어요. 계절뿐만 아니라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맑을 때와 비가 올 때는 완전히 다르죠. 하지만 요즈음은 개발이 많이 되어 찍고 싶은 곳을 다시 가면 인공적인 건물들이 서 있을 때가 많아요. 아쉽죠...저는 자연 그 모습 그대로를 찍고 싶은데 말이에요”
그는 이번 수상으로 한층 더 사진작가로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올해로 50세 김정의씨, 그의 꿈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연을 카메라에 담는 것이다.
만약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백두산에 올라 사진을 찍고 싶다고도 했다. 그리고 가족 사진도.
한편 이번 제5회 환경사랑사진제 수상작은 11월 1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 정선에 소재한 하이원리조트 컨벤션 호텔에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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