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실질 임금 인상은 단 '1%'"..."17차 교섭 기간 내내 사측, 성의 없이 협상"
LG화학 분사 후 첫 번째 파업에도 사측 반응은 미적지근…노조, 허탈해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LG생활건강 총파업 38일째,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도 5일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사측 반응은 미적지근할 뿐이다.

LG생활건강은 2015년 매출 5조 3280억 원, 영업이익 6840억 원을, 2016년 매출 9조 9400억 원, 영업이익 8800억 원을 각각 기록하며 최대 실적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3분기에도 2527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직원들은 전혀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아니었다.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노조 관계자는 "지금까지 만남이 이뤄진 17차례 임금협상 중 사측이 성의를 갖고 임한 적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특히 26일 2시에 청주공장에서 벌인 17차 협상에서는 "별다른 얘기도 없이 다음에 논의하자며 2시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라고 전했다. 회사는 연일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중인데 직원의 요구에 너무 인색하다며 실망감에 가득 차 있었다. 

그린포스트코리아와 인터뷰를 진행한 노조 간부는 허탈감에 말을 이어갔다. "사실 이번 파업은 LG화학에서 분사해 LG생활건강이 창립된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회사 측에서는 언론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의해 협의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교섭 석상에서는 거만한 모습만 보일 뿐"이라고 아쉬워했다. "특히 지난 17차 협상에서는 협상보다는 '적당히 백기투항 하겠지'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비쳤다"라며. 당시를 묘사했다.

노사 양측은 임금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측이 제시한 인상안은 총 5.25%인데, 세부적으로 기본급 1%, 호봉승급분 2.1%, 제도개선 2.15%이다. 노조는 기본금과 호봉승급분을 합쳐 13.8%의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노조 간부는 "협상이라는 게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조율해야 하는 절차인데, 사측에서는 협상안도 제시하지 않고 무성의하게 시간만 끌고 있는 느낌"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하고, "노조가 원하는 건 실질 임금 인상이다. 수치상으로 드러나지도 않는 제도개선 2.15%를 빼면, 실질적으로 사측 제시안은 3.1%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3년간 2014년 0%, 2015년 2.5%, 2016년 1.6% 만 임금이 인상됐을 뿐이다.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유독 직원들에게만 인색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며 아쉬워했다.

LG생활건강은 지금까지 협상하면서 직원들의 권리가 하나씩 빼앗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에도 복리후생은 점점 후퇴하고 있다고 느낀다. 협상 시 사측에서 노조의 권리를 하나씩 뺏어 갔기 때문"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과거 의료비 지원 제도가 있었다. 최대 1000만 원까지 본인과 직계 가족까지 적용되던 지원제도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측에서 실비 보험으로 전환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실비보험을 들게 되면 퇴직 후 보험 가입이 어렵게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더라.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이 직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데 제도를 바꾼 이유가 궁금하다. 직원으로서는 복리후생이 퇴보되고 있다고 느낀다"라며 허탈해했다.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LG생활건강 본사 앞에서 노조가 총파업 중이다 [사진촬영=조규희 기자]

LG생활건강은 최근 2년 동안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5년에는 500%를 2016년에는 400%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2015년보다 2016년에 실적이 더 좋았는데 오히려 성과급은 줄었다. 2014년 경영진의 실수로 실적을 초과 달성했음에도 70만 원밖에 성과급을 받지 못했는데, 2015년 지급분 중 100%가 그에 대한 보상이었을 뿐"이라며, "성과와 연동되지 않는 성과급 산출의 정확한 기준도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근 2년간 연봉의 20~25%의 성과급을 지급했고, 물가인상률과 경제성장률에 맞춰 합리적인 인상안인 5.25%를 제시했지만, 노조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성과급이란 구성원에게 동기부여를 위해 목표달성 시 지급하는 금액이다. 통상임금 인상에 대한 인터뷰에 성과급 지급 여부를 언급한 게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LG생활건강 홈페이지에는 '고객의 아름다움과 꿈을 실현하는 최고의 생활문화 기업 LG생활건강이 되겠습니다'라는 다짐과 함께 "'우리'는 항상 노력하는 자로서 미래를 '우리' 것으로 만들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항상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LG생활건강 차석용 대표의 메시지가 게재돼 있다. 이 메시지의 '우리'가 진정 '직원 전체'를 포용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든다.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처 [출처=LG생활건강 홈페이지]
LG생활건강 홈페이지 캡처 [출처=LG생활건강 홈페이지] 

 

기자는 취재를 위해 LG생활건강 홍보실에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상시 연락 가능한 홍보실과 연락 두절이 된 상황 속에서 '대응책을 논의하는 중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백웅현 노조위원장이 파업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똘똘 뭉쳐서 투쟁하자. 다 함께, 더 알차게, 신나게 투쟁하자"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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