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os Angele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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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째 계속되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의 산불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CNN,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12일(현지시각) 지난 8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소노마(Sonoma) 카운티를 포함한 4곳의 카운티에서 총 31명이 사망했으며 최소 460명 이상이 실종됐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소노마 카운티에서 17명, 멘도시노 8명, 유바 4명, 나파 카운티에서 2명이 각각 숨졌으며, 실종자를 찾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는 시체 탐지견까지 투입됐다.

캘리포니아 산림보호국은 "강하고 건조한 바람이 11일 오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하면서 산불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면서 "현재 소노마 와 솔라노를 포함한 7개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22개의 산불에 맞서 진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소방국장 켄 핌로트(Ken Pimlott)는 12일 기자회견에서 "불길은 언제라도 이동할 가능성이 있어 지속적인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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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를 폐허로 만들고 있는 이번 산불은 8일 캘리포니아 북부에 위치한 나파밸리(Napa Valley)에서 시작하여 최대 시속 130㎞의 강풍을 타고 불씨가 옮겨져 9일 오전까지 12곳으로 확산했다. CNN은 “소노마 카운티와 나파밸리의 화재로 워싱턴 DC 면적의 3배가 넘는 469㎢의 면적이 타버렸다”라고 밝히며 “9일에만 약 80㎢에 해당하는 지역이 불에 탔는데 이는 3초에 미식축구장 하나를 집어삼키는 속도로 불길이 퍼져 나갔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밀집 지역인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3500채의 가구가 소실됐으며, 카운티 행정 중심지인 인구 17만 5000명의 샌타로자(Santa Rosa) 시는 마을 전체가 잿더미로 탈바꿈했다.

정확한 화재 원인 여전히 오리무중

10월에 산불이 극성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캘리포니아는 임야가 많고 9월부터는 건조한 계절풍이 불면서 해마다 산불이 발생해 2015년에는 9명, 지난해는 7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 지역에서는 최대 시속 80km의 강풍이 며칠째 불고 있어 유난히 가뭄이 심했던 올해 여름 동안 마른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것도 산불이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데 영향을 준것으로 이로 인한 인명 피해가 급격히 커졌다. AP 통신은 "이번 산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면서 "바람 이외에 화재가 번진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고 전했다.

나파 카운티(Napa County)에 위치한 마을 캘리스토가(Calistoga)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캘리스토가 시장 크리스 케닝(Chris Kenning)은 기자회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만약 당신이 대피하지 않는다면 소방관들과 경찰관들을 난처롭게 만들 뿐”이라며 “대피하지 않을 경우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출처=Los Angeles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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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농가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은 미국 와인 생산의 85%를 차지하고 있으며 양조장의 개수는 약 4700개에 달하는데 그중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나파밸리와 소노마 지역은 고급 와인 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지역의 양조장 업계는 이번 화재로 인한 그을음이나 연기가 포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의 요청에 따라 산불 피해 지역들을 주요 재해 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고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산불이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로스앤젤레스 그리피스 파크(Griffith Park)에서 발생한 1933년 산불의 사망자 수를 넘어서면서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라고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는 한편 이번 주말부터 바람이 다시 거세질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나오면서 목숨뿐 아니라 기억과 유산 모두를 빼앗긴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공포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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