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물관리 순회토론회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 모습 [출처=환경부]
통합물관리 순회토론회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 모습 [출처=환경부]

취임 백일을 맞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하루

지난 11일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취임한 지 어느덧 백일을 맞이한 날이다. 취임 백일을 맞이해서인지 오전에는 TBS 교통방송에 출연하며 인터뷰를 진행했고 평소에는 출입이 뜸한 기자실까지 찾아와 깜짝 미팅하며 취임 백일을 자축했다.

물론 코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마음에 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조용하게 백일을 자축한 것도 있겠지만, 기자가 보는 더 큰 이유는 취임 100일 동안 김 장관의 뚜렷한 성과가 없이 내부적인 문제만 키워가는 것이 현 정부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환경부 숙원사업인 ‘물관리 일원화계획’은 국회에서 특위만 구성됐을 뿐, 현실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은 고사하고, 환경부 내부 조직개편도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국민을 설득하는 것조차 부족한 상태다.

환경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쌓여가지만, 김 장관은 이를 해결할 의지도 대안도 없이 물관리 일원화가 정치적 논쟁 사항이 되면 안 된다는 논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취임 후 백일 물관리 일원화를 주장해왔을 뿐, 왜 물관리 일원화가 필요한지 또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를 국회와 반대세력 등을 상대로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백일동안 물관리 일원화를 위하여 한일이라고는 지난달 통합 물관리 전국 순회 토론회에 참석한 것이 전부다.

그러나 이날은 이례적으로 취임 100일을 자축이라도 하듯 TBS 교통방송 라디오 인터뷰에 응해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번 인터뷰에선 정부가 물관리 일원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국회에서 반대하고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결국, 이날 인터뷰에서도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기존 주장만 되풀이, 국민을 상대로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그동안 김 장관의 행보는 토론회 참석과 언론 인터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뿐, 아직 국회 등에서 정무적인 능력을 보여준 바가 아직 없다. 야당 의원 설득과 같은 장관으로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환경부 소속 공무원들이 해오고 있다. 

게다가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김 장관은 “환경부 직원이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하고만 있다. 하지만 정작 김 장관이 믿고 있는 환경부 직원들의 정비는 아직 마무리가 안 됐다.

실제로 이날 취임 100일을 맞아 환경부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했지만 이 자리에 환경부 업무의 핵심인 두 명의 실장들은 찾을 수 없었다. 환경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실장들의 사표를 무리하게 수리한 것. 환경부 내부의 구심점을 잡아주며 안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조정실장'과 환경정책을 제시하며 컨트롤하는 '정책실장'의 부재는 오는 13일 열리는 환경부 국정감사는 물론이고, 11월로 목표로 삼은 물관리 일원화 통과에도 어려움을 줄 여지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장관을 믿고 따르며 장관의 행보에 힘을 실어줘야 할 환경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조직개편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이 기존 환경부 직원들을 불신한 채 외부의견을 중시하고 있으며, 승진인사도 일 년 가까이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사무관 승진예정자로 발령받은 30여명은 1년이 다 되도록 승진을 못해 발이 묶여 있으며, 올해도 승진예정자가 30여명 추가돼 총 60여명이 승진 대기상태에 들어간다. 환경부 직원들의 사기가 바닥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달 김 장관은 국정감사와 물관리 일원화 통과라는 시험대에 올라간다. 환경부 내부는 물론 여당인 민주당에서 조차 김 장관의 업무수행능력에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김 장관은 각종 행사 참여나 언론 인터뷰 등 홍보성 행사보다 환경을 위해 전면에 나서서 싸우며 설득하고 직원들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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