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 ICO 전면 금지 발표
악영향 규제에 초점 맞춘 조치…생태계 발전 저해 우려

금융위원회 주재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에서 ICO 금지를 결정했다. [출처=환경TV DB]
금융위원회 주재의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에서 ICO 금지를 결정했다. [출처=환경TV DB]

[그린포스트코리아 조규희 기자] 가상화폐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가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29일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 국내 금융당국 및 관계기관이 참여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 회의를 통해 모든 형태의 ICO(Initial Coin Offering)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합동TF는 지난 8월 말 가상화폐와 관련된 범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구성한 팀이다. 즉, 국민 피해를 줄이고자 하는 목적으로 설립된 팀인 만큼 산업 발전보다는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초에 가상화폐 거래업을 유사수신으로 규정한 바 있으며, 두 번째 결과물이 ICO 금지다.

ICO는 기업공개(IPO)와 크라우드 펀딩을 섞은 개념으로 가상화폐나 관련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초기 투자금 확보를 위해 자금을 모집하고, 투자자에게는 투자금에 따라 발행 코인의 일부를 환원해주는 제도다. IPO는 자금조달을 위해 기업의 지분을 판다면, ICO는 자금조달 후 코인으로 보상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이디어나 제품 개발에서 주로 활용되는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한 속성을 갖는다.

현재 가상화폐 시가총액 기준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더리움이 ICO의 성공사례라 볼 수 있다. 이더리움은 IC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후 개발에 성공해 2014년 1달러였던 가치가 현재 30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다. 비단 이더리움뿐만 아니라 성공한 ICO는 매우 큰 보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 성공 시 수십에서 수백 배의 이익이 주는 달콤함에 ICO에 대한 관심은 시들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출처=환경TV DB]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출처=환경TV DB]

물론 모든 ICO가 성공으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부 ICO의 경우 투자자의 돈만 가로채고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때로는 투자금을 날리기도 한다. 특히 국내에서 가상화폐 개발을 빌미로 한 사기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국가 차원의 규제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다. 한 달 전에는 중국에서 ICO를 불법으로 규정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ICO를 증권법을 적용해 취급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세계적 추세도 ICO에 대한 규제 강화로 가닥을 잡는 가운데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TF도 ICO의 순영향보다는 피해방지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규제가 가상화폐 시장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많다. 가상화폐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인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대표적 사례다. 아직까지 개화기로 완숙한 생태계를 이루기까지 다양한 실험이 필요한 상황인데, ICO 금지라는 규제가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ICO를 빌미로 투자를 유도하는 유사수신행위, 투기 수요 증가에 따른 시장 과열, 소비자 피해 확대 등의 부작용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기술과 용어에 관계없이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규제에 대해 한국블록체인산업협회(KBIPA)에서는 “정부가 가상화폐 취급업자를 선별하지 않고 준범죄자로 취급하는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ICO는 대체로 글로벌하게 진행되는데 개인의 참여를 막을 현실적 방안은 없다. 무조건적인 ICO 금지는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4차산업혁명 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분야를 넘어 블록체인 기술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기 위한 아이디어 혹은 솔루션이 테스트 중이다. 삼성SDS는 금융, 물류, 제조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인 '넥스레저'를 고안했다. 삼성카드 회원신청서를 전자문서로 변환할 때 위변조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전자문서원본확인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상용화했다. 한국전력공사는 블록체인 기술로 스마트그리드 환경에서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해 모은 전기에너지를 다른 사람과 직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이웃 간 전력거래’ 시범 사업 중이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회사 차원에서 비용을 투자하면 되지만, 중소규모의 기업은 ICO 금지로 합리적 자본 조달처를 상실하게 됐다. ICO 전면 금지가 블록체인 생태계의 양적·질적 성장을 저해하지는 않을지 우려되는 이유다.

khcho@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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