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등 국제기구의 기준과 달라 국민에게 혼란 가중

환경보건기술연구원 백영만 원장
환경보건기술연구원 백영만 원장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지난 6월 한 달간 8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셧다운하기로 결정하고 충남 지역 40곳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한 결과 22 ㎍/㎥로 최근 2년간 6월 평균 농도인 26㎍/㎥ 보다 4㎍/㎥ 낮게 나타나 15.4%가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석탄 화력발전소 셧다운에 따른 미세먼지 감소분만 놓고 보면 1.1%인 0.3㎍/㎥ 정도만 줄어든 셈이다. 나머지 감소분 3.7㎍/㎥은 풍향 등 기상 여건으로 외부 미세먼지 유입이 줄고 다른 오염원에서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감소한 결과로 해석된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셧다운이 미세먼지를 감소시키는데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셧다운 대상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이 위치하고 있는 충남 지역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이 정도라면 전국 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으며 정부의 탈(脫)석탄 정책이 미세먼지 감축이라는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전시 행정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러는 와중에 10월 하순쯤부터 시작되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이 한 달가량 일찍 시작되어 지난 9월 9일 ~ 10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충남·전북 등지의 미세먼지(PM-2.5) 농도가 70~ 100㎍/㎥를 오르내리는 등 올 가을 들어 가장 높게 치솟았는데 이는 9월 초순의 PM-2.5 농도(20~30㎍/㎥)보다 3~5배 높은 수준이다.

이날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 정보 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낮 12시 경기도 안산시의 PM-2.5 농도가 98㎍/㎥까지 치솟은 것을 비롯해 충남 홍성 78㎍/㎥, 인천 신흥동 72㎍/㎥, 서울 동작구 57㎍/㎥ 등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PM-2.5 농도가 90㎍/㎥ 정도면“매연이 가득한 터널에 있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최근 서쪽 지방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경기도의 경우 시간당 PM-2.5 최고 농도가 7일 73㎍/㎥에서 8일 104㎍/㎥, 9일엔 105㎍/㎥로 치솟았으며 같은 기간 인천은 70~100㎍, 서울은 76~93㎍을 기록했다. 이와 같이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은 가을 계절풍인 북서풍이 불면서 더욱 증가하고 한반도 상공의 공기가 정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어코리아 사이트에서 예보하는 미세먼지 예보는 수도권 등 대부분 지역에서 '보통', '녹색'으로 표시되고 있으며 이 곳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주요 포털들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간, 일본 기상협회 사이트에서는 한반도 전체가 붉은 색으로 표시되는데 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국제보건기구, WHO의 기준을 적용할 경우‘나쁨’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현재 초미세먼지 농도가 50 ㎍/㎥ 이상이어야‘나쁨’으로 판단하는 반면, WHO는 그 절반 수준도‘나쁨’으로 경고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예보 기준에 대한 표준화 및 선진화가 시급하다.

최근 환경부는 미세먼지 기준을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 기준인 35 ㎍/㎥ 수준으로 강화할 방침이며 우선 미국과 일본 수준으로 대기환경기준을 강화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WHO 권고 기준(25 ㎍/㎥)를 따를 예정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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