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프리오 “기후변화 부정은 ‘중력’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존 케리 "기후변화 부정의 종착지는 '지구 생명체의 삶'이 끝나는 것"

[출처=Yale University, Youtube]
[출처=Yale University, Youtube]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한창 진행 중인 이번주 초, 배우이자 환경 운동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전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John Kerry)가 기후변화 컨퍼런스에서 만나 특별대담을 나눴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예일대학교 ‘케리 이니셔티브(Kerry Initiative)’가 주최한 ‘예일 기후 컨퍼런스(Yale Climate Conference)’에 참석한 이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미국의 미래에 관한 진지한 논의를 나눴다.

존 케리는 먼저 디카프리오에게 배우가 어떤 이유로 기후변화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었는지를 물었다.

디카프리오, 어릴 적 꿈은 환경 운동가

디카프리오는 LA 도시에서 태어나 자라며 자연과 직접적인 교감을 나누는 일이 없었지만 IMAX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가 첫 TV에 출현할 13세 당시 인터뷰에서 "나는 환경 운동가가 되고 싶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당시 미 부통령 앨 고어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온난화가 지구에게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기 때문에 고어와의 만남 이후 기후변화를 ‘더 깊이 알고 싶다’라는 일종의 집착과도 같은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출처=Yale University, Youtube]
[출처=Yale University, Youtube]

디카프리오는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마치 ‘중력’의 존재를 의심하는 것과 같은 황당한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기후 변화가 과학적 사실(scientific fact)이라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오직 미국만이 정치적으로 이 주제에 대해 의견을 좁히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디카프리오는 "미국 시민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투표"라면서 "사실과 진실, 그리고 현대 과학을 믿지 않는 이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군림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이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일이다"고 그는 강조했다.   

케리, 기후변화 부정하는 미 공화당 비판만으로 문제 해결 안돼

디카프리오의 의견에 케리도 동의하며 지난 6월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을 한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이 한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했다며 미국이 지금까지 세계 환경 분야 리더에 위치할 수 있도록 쌓아온 모멘텀(momentum)도, 미국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에도 치명타를 입혔다고 지적했다.

케리는 "기후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당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화재 보험'을 예로 들었다. 그는 “우리가 화재 보험을 드는 것은 집에 불이 날 것을 미리 알기 때문이 아니라, 화재 시 일어날 재정적 피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출처=Yale University, Youtube]
[출처=Yale University, Youtube]

이어 그는 “미국은 기후 변화를 ‘사실’로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보험’과도 같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보험 정책(insurance policy)’ 중 하나는 탄소 가격제를 통해 가격을 올림으로 인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97%의 과학자들이 동의하듯 기후 변화가 사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 이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제시하며 논지를 이어 갔다. 

케리는 “기후변화라는 사실을 받아들여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친환경 기술을 발전시키고,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독립성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을 때 일어나게 되는 최악의 결과는 '지구 모든 생명체의 삶이 끝날 것'"이라며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터무니 없이 쉬운 결정(It’s a no-brainer!)'"라고 말하자 청중은 웃음을 터뜨렸다.

[출처=Leonardo DiCaprio Foundation]
[출처=Leonardo DiCaprio Foundation]

디카프리오는 자신은 대학을 졸업생도 과학자도 아니라며 환경 분야의 권위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미국의 한 시민으로서 환경 운동에 참여하고 싶고 자신의 재단과 다큐멘터리를 통해 기후 변화 및 전 세계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디카프리오는 이번 대담이 이루어진 19일 자신이 설립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재단(LDF)’을 통해 2000만 달러(약 226억 원)을 100여개의 기후변화 단체에 기부한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이는 재단 설립 이후 가장 큰 기부 금액이다. 

디카프리오는 LDF 웹페이지를 통해 “미국과 전 세계 100여개 기후변화 방지 및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 단체에 후원하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그가 재단을 통해 기부한 금액은 8000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약 900억원에 육박한다.

미 대선에 도전했던 두 정치인, 앨 고어(Al Gore)와 존 케리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환경 운동가로 손꼽히고 있다. 유엔 총회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세계적 유명 배우와 정치인이 만나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이목을 집중시켜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schung2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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