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감염, 일반인도 30% 노출...10명중 1명 정도 발병
활동성 결핵, 치료 직후 전염력 급감...2주 후 대부분 소실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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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갔고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는 질병이다. 2014년 관련 통계에서 HIV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약 120만 명인 반면 결핵 사망자수는 약 150만 명으로 추정됐다.

인류 건강을 위협하는 결핵 종식을 위해 WHO는 2015년 'End TB 전략' 4대 원칙으로 △ 정부의 책무성에 대한 강조, △ 시민사회조직과 지역사회와의 강한 연대, △ 인권·윤리와 형평성, △ 국제공조를 통한 국가 단위의 전략과 목표 수립 등을 제시했다.

결핵 발생률 감소추세 속에 우리나라는 수년간 OECD 34개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6년에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2015년 10만명당 80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1. 공기 중 전염...국내 매년 2200여 명 사망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결핵은 활동성 결핵환자의 결핵균이 포함된 기침 혹은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 질병이다. 결핵의 주요 증상은 2주 이상의 기침, 객담(가래), 발열, 체중감소 등으로 이들 증상이 있으면 결핵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3만여 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하고, 결핵으로 인해 2200여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발병률이 가장 낮은 연령대인 국내 15~19세 결핵환자도 인구 10만 명당 30.9명으로 OECD 평균 수준인 10만 명당 12명의 2.5배에 해당한다.

[출처=OE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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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잠복결핵, 의료진 28% 양성...일반인도 30% 노출

흔히 결핵이라 하면 결핵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서 병리적 현상을 일으키는 ‘활동성 결핵’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결핵균이 인체에 감염된 이후 휴면 상태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잠복결핵감염’ 관리가 중요시되고 있다.

잠복결핵감염에는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 30%정도가 노출되며 의료진도 예외가 아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국민의당)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5대 병원 의료기관 종사자 잠복결핵검진 추진 중간결과’ 에 따르면 연세대학교세브란스병원의 검진인원 중 28.14%(591명)가 잠복결핵감염 양성자로 조사됐다. 서울대학교병원 20.96%(114명), 삼성서울병원 14.25%(527명), 서울아산병원 13.98%(279명) 등이었다.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은 12월 조사를 완료할 예정이다. 당국은 지난해 8월 결핵관련 대책으로 의료기관 종사자 대상의 결핵 및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결핵예방법' 개정 ·시행을 통해 의무화했다.

대한결핵협회 관계자는 "의료진 결핵은 면역력 약한 환자와 접촉도가 높아 위험성이 있다"며 "잠복결핵도 예방 차원에서 약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3. 잠복결핵감염자 10%, 결핵환자로...발병 예측 한계

결핵균에 감염된다고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주로 폐결핵 환자로부터 나온 비말핵(droplet nuclei,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공기 중에 날리는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을 통한 결핵균 접촉자의 30% 정도가 잠복 결핵에 감염되고 이중 10%정도가 결핵 환자가 되며 나머지 90%의 감염자는 평생 건강하게 지낸다. 열 명 중 최대 두세 명은 자연치유가 되기도 한다. 결핵균 노출 이후 감염의 가능성, 감염 이후 질병 발병의 가능성은 현대의학이 아직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4. 면역력 약화시 발병 위험 증가

연구에 따르면 환기가 안 되고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밀집한 환경에서 결핵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공기오염, 영양부족, 기존 폐질환이나 당뇨병, 흡연과 음주 등도 면역력을 약화시켜 잠복감염 상태를 활동성 결핵으로 발전시키는 요인이다.

지난해 7월 시민건강증진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의 결핵정책,그 방향을묻는다(진석이)'에서는 오늘날 ‘결핵의 원인은 결핵균’이라는 명제는 더이상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결핵균과 함께 빈곤과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도 결핵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불평등한 사회·경제·환경정책과 세계화·도시화, 이주문제, 고령화 같은 인구학적 변천 등 의학 외적 요인들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5. 전염성 편견과 오해도...정부, 환자 처지 살펴야

결핵이 정부의 관리와 예방이 필요한 질병이지만 오해로 발생하는 지나친 두려움과 편견은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 논문은 "활동성 결핵 환자는 모두 전염력이 강하다는 공포에 비하면, 치료 시작과 동시에 전염력이 급감하고 2주가 경과하면 대부분의 전염력이 소실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결핵에 대한 편견을 줄이겠다는 정부의 홍보에도 불구하고, 연간 500여 명이 입원명령장을 받는 상황은 결핵에 대한 편견을 강화시키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연구에서는 입원명령제도의 도입, 강제격리제도의 도입당시 시민사회단체들의 질의와 의견 표명이 있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정부는 환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묻지 않는다"며 "월세를 내기 위해, 빚을 갚기 위해, 생계 그 자체가 어려워서, 혹은 병가를 내기 어려운 노동조건 때문에, 치료기간 동안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결핵 환자들이 처한 상황을 그들에게 직접 들어보고,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정책으로 이어보려는 시도 자체가 턱없이 부족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WHO는 결핵퇴치를 위해 결핵환자 관리와 함께 잠복결핵감염 진단 및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1년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2013년부터 집단시설 역학조사와 결핵환자를 관리하고 있다. 2012년부터 결핵 신환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6년 10만 명당 60.4명까지 줄었다. 정부는 2025년까지 결핵 발생률을 OECD 평균 수준인 10만 명당 12명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econ@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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