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000톤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가 산호초 해역으로 배출

[출처=Jenny Green Jeans]
[출처=Jenny Green Jeans]

선크림은 태양에서 방출되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현대인의 필수품이다. 만약 해변가를 방문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선크림이 해양 생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위스 다보스포럼(DF)은 지난 8일 ‘인간의 피부 보호가 해양에 미치는 악영향(Protecting your skin could be harming the ocean)’이라는 기사를 통해 자외선차단제에 포함된 화학물질이 세계 산호초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King’s College London)의 광생물학과 안토니 영(Antony Young) 교수는 국제 학술지 ‘환경오염과 독성학 아카이브(AECT)’에 게재된 발표를 인용해 전 세계 해변가에서 매년 6000~1만 4000톤의 자외선 차단제가 산호초 해역으로 배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 교수의 전문분야인 ‘광생물학(Photobiology)’은 광합성을 포함한 생물에 대한 빛의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출처=Springer Link, 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
[출처=Springer Link, 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

이 논문에 따르면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 화학물질의 이름은 ‘옥시벤존’(BP-3)으로 전 세계에 판매되는 자외선 차단제 제품의 약 3500종 이상에 함유돼 있다.

옥시벤존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어 산호의 DNA를 손상시켜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작용해 기형을 생성하기도 한다. 영 교수는 이러한 영향은 산호 자체의 껍질이 성장하지 못해 죽음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 교수는 더 큰 문제는 옥시벤존이 62ppt와 같이 낮은 농도로 희석된 경우에도 유해성이 관찰된다고 말한다. 62ppt은 50m 길이 수영장 7개 분량의 물에 1g의 선크림이 용해되었을 때의 농도다.

미국 하와이와 카리브 해에 위치한 버진 아일랜드의 산호초 근해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은 농도(800ppt) 옥시벤존이 감지되고 있다. 이는 산호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필요한 농도의 약 12배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 세계 모든 해수욕장 근처에 산호초가 근처에 서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산호는 전 세계의 약 10%에 해당한다.

[출처=BioQuest Studios]
백화현상이 일어난 산호초 지대 [출처=BioQuest Studios]

인간이 화학물질로부터 해양 산호초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다의 허파’로 불리고 있는 산호초 지대는 해양생물의 은신처와 서식지로 활용되고 있다. 산호초에는 인간이 섭취하는 어류 20~25%가 살고 있으며, 산호초가 만든 구조는 해일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해안선을 지키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들은 해수를 정화하는 자연정화 시스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편, 일본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산호초 서식해역인 대마도 앞바다에서도 지난 7월 ‘백화 현상(coral bleaching)’이 처음으로 관찰됐다.

NHK에 따르면 일본 국립환경연구소는 2016년 12월 대마도 쓰시마 시 도요타마초 앞바다의 산호초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전체의 3분의 1가량에서 백화현상을 확인했고,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해역에서 백화현상이 나타난 것은 정상이 아니며 산호 서식해역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산호초는 감소 추세에 있으며 21세기에는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전염병, 태풍 등 수많은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해수 온난화로 인해 백화 현상이 퍼져나가 어마어마한 산호들이 파괴되고 있다.

산호초 지대를 파괴하고 피부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옥시벤존. 인간 피부와 해양 보호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위해서는 옥시벤존 성분의 선크림을 피하는 전세계 소비자의 지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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