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리대 논란, 이제 핵심은 '신뢰'다
[기자수첩] 생리대 논란, 이제 핵심은 '신뢰'다
  • 황인솔 기자
  • 승인 2017.09.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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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의 전리품, 몇 십만 원의 생리대 [촬영= 환경TV]
일본 여행의 전리품, 몇 십만 원의 생리대 [촬영= 환경TV]

얼마 전 일본 여행에 다녀온 친구와 만났다. 그의 양손에 들린 커다란 봉투에는 일본산 생리대가 종류별로 툭 튀어나왔다. 캐리어 두 개에 몇 십만 원어치를 채워넣어 돌아왔다고 했다. 

"일본이 물건은 기가 막히게 잘 만들잖어? 깨끗하겠지!"

평소 '유난스럽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건강에 집착하는 여자였기에 웃음이 먼저 터졌지만 씁쓸했다.

지난달은 생리대 이슈로 떠들썩했다. 사실 생리혈을 완벽히 흡수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비닐과 특수 처리된 솜으로 만들어진 물건이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는 생각해왔다. 하지만 내 몸을 깎아 먹을것 이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부처에서 인증했고, 기업명에 깨끗하다고 쓰여 있고, 느낌이 좋다고 하지 않는가?

생리대 이슈를 취재하며 기업과 정부의 입장을 듣고, 피해자의 글을 함께 읽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 위해성 조사 결과에 착수, 이달 안에 휘발성유기화합물 10종에 대한 전수결과를 공개한다. 

이제는 신뢰의 문제다. 식품의학품안전처는 생리대 유해성 논란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여 혼란을 부추겼다. 첫 논란의 대상 '릴리안'은 부작용 의혹이 제기되자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식약처에서 안전 인증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점차 늘어났고, 이미 검증받은 타제품에 대한 의심도 커졌다.

그 과정에 식약처가 3월 중 유해 물질에 대한 보고를 이미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언론이 들끓자 식약처는 "여성환경연대가 제출한 안전 검증 시험 자료는 과학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제품명은 따로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4일 후, 식약처는 시험보고서와 유해물질 검출이 의심되는 모든 생리대 제품명을 공개 발표했다. 다만 조사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과학적 입증보다는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일로 생리대는 조사 결과가 어떻든 다소 께름칙한 존재가 됐고 여자들은 모일 때마다 어떻게 하면 무사히 폐경까지 생리할 수 있는지 열 띈 토론을 벌인다. 

가장 핫 이슈는 대체품이다. 하지만 그것도 녹록지 않아 보인다. 현재 외국산, 유기농 생리대는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요, 대체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리컵은 국내에서 아직 정식 판매되지 않으며, 상품평이 좋은 면 생리대는 올해 말까지 배송이 밀려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에게 생리대는 당장 오늘, 아니면 내일이라도 필요할 물건이다.

친구와 함께 일본산 생리대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케미컬포비아'로 물든 8월을 되돌아봤다. 그 순간 서비스로 계란탕이 나왔고, 그 친구는 숟가락을 놓았다. 

지난 8월, 수많은 화학물질 이슈가 벌어졌다 [출처= 환경TV]
지난 8월, 수많은 화학물질 이슈가 벌어졌다 [출처= 환경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