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 향한 '기후변화 미사일'은 발사됐다
[기자수첩] 미국 향한 '기후변화 미사일'은 발사됐다
  • 정석원 기자
  • 승인 2017.09.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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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CNN]
[출처=CNN]

2001년 9월 11일 뉴욕.  

두 대의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와 충돌하는 테러로 약 3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참극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열린 9·11 추모식에서 "미국은 절대 위협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을 위협하려고 시도하는 자들은 패배한 적들의 명단에 추가될 것”임을 강조했다.

세계 국방비 지출의 50%를 차지하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면 그의 말은 일리가 있다. 실제로 당시의 테러를 제외하고 지난 16년간 그 어떤 나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하지 않았다. ‘대자연’을 제외하고 말이다.

지난 2017년 9월, 전 세계는 자연이 보낸 두 개의 허리케인에 세계 초강대국이 무릎을 꿇는 모습을 목격했다.

[출처=Toronto Star]
[출처=Toronto Star]

올해 국제전략연구소(CSIS)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개입한 전쟁으로 기록될 아프칸 전쟁에 들어간 비용을 약 8400억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돈으로 약 950조원에 해당하는 가히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놀라운 점은 텍사스 주를 폐허로 만든 허리케인 ‘하비’와 플로리다를 강타한 ‘어마’의 피해액이 합계 약 250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어, 이 금액이 16년간 진행된 아프간 전쟁비용의 대략 1/4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그간 테러 ‘무풍지대’로 지내오던 미국이 '자연이 일으킨 테러'로 참변을 당한 셈이다.

미국의 기후과학자들은 지난 2주간 미국 남동부와 카리브 해를 강타한 허리케인이 기후변화 때문에 더 강력해졌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금은 극단적 기상 상황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의논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취임 전부터 기후변화는 중국이 조작한 사기라고 주장했으며, 이후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들을 무너뜨리는데 앞장섰다. 지난 6월에는 2015년 체결된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하는 극단적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가 망각하고 있는 점은 미국을 위협하는 국가와 다르게 자연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자연은 미국이 좌지우지할 수 없는, 자만심과 국가주의 모두를 내려놓아야 하는 ‘신적 국가’다.

[출처=Washington Times]
[출처=Washington Times]

트럼프의 모든 조치는 자연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 아니, 자연이 트럼프에게 전쟁을 선포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의 미국우선주의 ‘America First’가 스스로를 대자연이 공격해야할 '첫 대상에 명단을 추가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 

‘기후 변화’라는 미사일은 이미 발사됐다. 운명은 그가 공화당 의원들과 함께 이 미사일로부터 3억 명의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환경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달려있다.

태풍 하비와 어마는 경고일 뿐 또 다른 기후 변화의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을지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류 최초로 다운증후군의 원인을 규명한 유전학자 제롬 르준(Jerome Lejeune)의 말을 깊게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오직 신만이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으며, 인간은 때때로 그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그렇다, 자연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