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환경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환경부가 새 정부 들어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분야는 '물관리 일원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1990년대부터 환경부의 '숙원'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다섯번째 업무지시로 물관리 일원화를 지시하자, 환경부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동안 표정관리 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게다가 시민환경단체들이 잇따라 성명서 등을 통해 물관리 일원화에 힘을 실어줬으니, 환경부로서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다.

곧 성사될 것처럼 보였던 물관리 일원화였지만, 야당의 거센 반대로 급제동이 걸렸다. 야당 의원들이 4대강 재조사 등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의 공동전선 앞에 더불어민주당은 결국 물관리 일원화를 합의를 9월말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달말에 과연 합의가 이뤄질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아직 국회에선 물관리 일원화와 관련된 정부조직 개편 소식이 전혀 들리지 않는다. 당초 이달말로 계획됐던 국회 특위는 감감무소식이다. 설령 특위가 열려도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상황이 이렇자, 이제 자연스럽게 시선은 김은경 환경부장관에게 모아진다.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그가 어떻게 이 매듭을 풀어갈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 결국 김 장관이 정무적 능력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에 따라 쉽게 갈지, 아니면 오랜 숙원이 다시 표류하게 될지 결정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관의 정무적 능력이란 무엇인가.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장관의 정무적 능력으로 '전투력'과 '친화력'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투력은 정책의 필요성에 대한 논리로 단단히 무장해 언제 어디서든 국회의원들을 설득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친화력은 국회의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가까이 다가가는 능력이다. 이는 당연히 달변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하다.  

김 장관은 어떤가. 다음 주면 취임한지 두 달이 다 되기 때문에 이제 장관으로서 '공부'는 다 끝나고도 남아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정무적 능력은 아직 발휘되지 않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를 위해 누구보다 많이 뛰어다녀야 함에도,  장관보다 환경부 직원들이 더 바빴다. 국회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합의가 진행될 때도 야당 의원을 설득하느라 분주했던 사람은 김 장관이 아니라 환경부의 국장들이었다.   

최근 언론브리핑에서도 "물관리일원화 추진을 위해 국회를 설득할 자신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장관은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대신 환경부 실국장들을 지목하면서, "이 분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만 했을 뿐이다. 또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로 흐지부지 넘어갔다.

김 장관의 말대로, 드러나는 것이 모두는 아니며, 그가 보이지 않게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면서 정무적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달말 국회에서의 합의는 예상보다 순조로울 것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워낙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물관리 일원화가 곧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환경부장관이 한 걸음 뒤로 빠져 있는 듯한 자세를 취하면, '물관리 일원화'라는 '용 그림'이 '뱀꼬리 그림'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 환경부 사람들은 그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 정책을 지지하는 환경시민단체들의 걱정도 바로 그 대목이다.  

환경부는 지난 29일 문 대통령 주재 '핵심정책 토의'에서 물관리 강화를 다시 강조했다. 이어 30일엔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을 개최, 물관리가 일원화된 후의 대책까지 준비하고 나섰다. 또 이달 있을 환경부 조직개편에선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맑은물정책실'이 신설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내부적으로는 물관리 일원화를 위한 준비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제 김 장관이 전면에 나서 추진 의지를 보일 때다. 문 대통령은 김 장관 임명식 때 "환경부는 모든 국가정책의 환경영향에 대한 의견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그 힘은 장관이 사용할 때 성과로 이어진다. 

지난 7월 4일 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 모습. [출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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