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홈은 사실상 ‘온도와의 전쟁’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주택에서 교전(交戰)이 자주 일어나는 곳은 어디겠습니까. 힌트는 높은 온도와 낮은 온도가 빈번하게 부딪히는 곳입니다.

인체로 치면 피부나 두피, 옷의 경우에는 겉옷에서 온도교전이 잦은 것처럼 주택에서는 외피가 바로 거기에 해당됩니다. 그런 외피는 크게 창호와 벽체로 구성됩니다.

다시 말해 창호나 벽체는 ‘온도와의 전쟁’에서 최일선에 놓여 있습니다. 두 첨병 가운데 창호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먼저 보기로 합니다.

 

 

아파트에서 창호 넓이는 외부 공기와 맞닿는 벽면 면적 대비 30~40%쯤 됩니다. 거실 쪽 전면 베란다와 반대편의 창을 연상해보면 제법 넓은 면적입니다.

창호는 자연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겨울에는 추위를 고스란히 받아들입니다. 비가 오고 바람 불고 눈이 와도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따지고 보면 주택에서 추위와 더위를 막기 위해 창호를 다는 것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창호 때문에 열에너지 손실이 발생합니다. 왜 그럴까요.

창호에서도 전도 대류 복사 등 열전달 현상이 똑같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귀가 따가우시겠지만 열은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게 자연현상입니다.

열전달 가운데 전도는 매개체를 타고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입니다. 겨울철의 낮은 실외 온도가 창을 지탱하는 틀(프레임)을 타고 실내로 전달됩니다.

프레임의 소재는 알루미늄 PVC 목재 등입니다. 소재의 전도 정도에 따라 열관류율값(k 또는 U값) 달라져 에너지 손실에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공기를 타고 열이 이동하는 대류 현상은 이중창이나 삼중창의 창과 창 사이의 공간에서도 생깁니다. 태양열이 유리창을 타고 전달되는 복사 현상은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창호에서 벌어지는 전도 대류 복사현상을 통해 실내 온도를 뺏기면 난방을 하게 되고 실내 온도가 높아지면 냉방을 하면서 에너지가 들어가게 됩니다.

그럼 주택에서 창호를 통해 발생하는 열손실율은 얼마나 될까요. 단독주택이라면 창호를 통해 25%쯤, 환기를 통해 7%쯤 손실되는 것으로 봅니다. 다시 말해 열손실의 32%정도가 창문을 통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단독주택에 비해 창호 면적이 넓은 아파트에서 열손실율은 더 많을 게 자명합니다. 시스템 창호를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한 이건창호의 이풍현 기술연구소장은 아파트 창호를 통한 열손실율은 45% 안팎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통계도 있습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는 연간 950억달러 어치의 에너지를 수입하는데 이중 건물부문에 237억 달러어치의 에너지를 사용하며, 그 중에서도 주거용 건물 에너지로 154억 달러어치를 소비하며, 주거용 건물에서 창으로 손실되는 에너지는 9억달러에 달한다고 합니다.

9억 달러라면 1,171원(12월29일 기준)의 환율을 적용했을 때 1조원이 훌쩍 넘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창밖으로 날려 버리는 셈입니다.

그린홈은 창을 통해 새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어야 합니다. 창호에서 발생하는 전도 대류 복사현상을 최대한 억제해 단열성능을 높이면 됩니다. 매뉴얼에 따른 창호시공도 아주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면 창문을 통해 새나가는 에너지의 30%정도는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음 그래프의 빗금부분이 창문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정도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 당시 내걸어 유명해진 구호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의 표현법을 빌리자면, 우리 모두에게 '바보야, 문제는 창이야'(It's the window, stupid)라고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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