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배출가스 강화 1년 유예...업계 "무리한 요구" vs 정부 "업계 준비 미흡"

2015년 9월 배출가스 조사 공개 모습 [출처=환경부]

 


환경부가 경유차 실내 인증과 관련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일부 변경해 재입법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서 이번 변경이 예고된 수순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28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가 올해 처음 도입하는 경유차 배출가스 방식인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법(WLTP)'은 지난 6월 입법예고 발표 당시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왔다. WLPT 방식이 기존 인증방식보다 훨씬 까다로운 조건에서 배출가스를 측정하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바로 맞추기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9월부터 새로 인증을 받아 출시하는 경유차는 WLTP를 도입하고, 이미 인증을 받아 생산 중인 모델은 2018년 9월부터 적용한다고 지난 6월29일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의 반발과 법제처 의견수렴 등을 이유로, 결국 기존차종의 배출가스 인증을 2019년 8월 31일까지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올해 6월에 입법예고하고 내년 9월까지 인증기준을 맞추라고 한 것은 완성차 입장에선 무리한 요구"라며 "배출가스 관련 기술 개발은 보통 3년 정도 걸리는데, 이번 유예기간이 늘어났음에도 빠듯한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환경부가 국제적 규제 추세에 발맞추려고 관련 법을 밀어붙였지만, 덩달아 자동차 업계의 반발도 예고된 수순이었다"며 "이번 재입법예고는 업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어쩔수 없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2015년 9월 배출가스 조사 공개 모습 [출처=환경부]

 


실제 국내 제작사의 경우 현대·기아, 한국지엠은 WLPT을 도입할 수 있지만 쌍용과 르노삼성은 2018년 9월까지 인증기준을 만족하는 차량을 생산·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WLPT 시행시기 유예와 단계적 시행을 지속 요구해 왔다. WLTP 도입을 할 경우 일부 제작사의 차량 생산 중단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수백 개의 협력업체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노동조합, 상공회의소, 지자체 등에서도 일자리 감소, 대량 해고, 지역 경제 침체 등이 우려, 시행시기 유예를 요청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 배출가스 인증은 기준이 굉장히 강화됐기 때문에 자동차제작사에서 기술적으로 대처하기 불가능하다"며 "인증 기준은 단계적 올라가야 하는데 너무 급하게 올리면, 자동차 제작사가 수용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인증 기준이라는 것 자체가 기술적인 부분하고 보조를 맞춰서 올려줘야 한다"며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허무맹랑하게 기준을 높여놨다가 보류하거나 낮춘 경우가 한두건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닛산 '캐시카이' 배기가스 배출 실험모습 [출처=환경부]

 


환경부는 한-유럽 FTA 규정 등이 있어 유럽과 규제수준을 맞춰가려고 했지만, 이번 WLTP 도입에 약간의 불확실성이 있어 일부 제작사에서 준비를 미흡하게 했다는 입장이다. 

유렵연합(EU)이 WLTP 인증 규정을 올해 9월부터 시행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았고, 일부 제작사에선 국내에 바로 도입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기술개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환경부의 설명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실 환경부는 이번 재입법예고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법제처 심사과정에서 의견이 들어와서 하게 된 것"이라며 "앞서 입법예고을 했을 때에도 이미 제작사 의견을 반영해서 발표한 것이라 굳이 추가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차종 인증과 관련해 유예기간을 둔 것도 제작사의 전년도 출고량 30%만 기존 인증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 나머지 70% 출고차량은 인증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이는 완전히 제작사 편의를 봐준 것이 아닌 업계와 상생을 위해 단계적으로 법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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