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환경운동은 방향을 바꿔야 산다
[칼럼]환경운동은 방향을 바꿔야 산다
  • 김기정(발행인)
  • 승인 2012.01.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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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공식적인 퇴임까지는 1년이 넘게 남았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레임덕(정권말기 권력누수)에 빠진 듯하다. 아무리 봐도 대통령으로서의 영이 제대로 서질 않는 모양새다.

 

우선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최근 몇 달 새에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졌다. 가장 최근의 조사결과에서는 25.7%로 추락했다. 보통 지지율 30%를 국정운영의 마지노선으로 본다는 점을 상기하면 권력누수를 넘어 ‘붕괴’의 수준까지 다다른 느낌이다.

 

MB는 지난 4년간 운이 나빴다고도 볼 수 있다. 시작하자마자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고, 이후 내내 글로벌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에 시작돼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인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도 MB가 구상했던 경제정책들을 흔들리게 한 요인이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보다는 집권기간 내내 오락가락한 정책 탓이 크다. 지지율의 추락은 실정에다 최근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가 연이어 터지면서 가속화 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MB정부가 정책기조의 큰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 했지만, 녹색성장 정책만큼은 일관되게 유지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 만하다. “환경파괴, 대운하 공사”라고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른 4대 강 사업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관련 예산을 꾸준히 늘리고 녹색성장을 글로벌 수출품으로 만들어 낸 사실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다.

 

MB정부 출범 이후 환경부 예산은 평균 9.6%씩 증가했다. 2008년 3조5,515억원이었던 것이 3년만인 2011년에는 4조7,778억원으로 1조2,000억원 이상 껑충 뛰었으며 2012년에는 5조1,500억원을 넘어섰다. 노무현 정부 5년간 불과 3,500억원 가량 늘었던 것에 비하면 증가 규모가 상당히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업들로부터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볼 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허용치를 정한 뒤 목표를 달성하라고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비록 울며 겨자 먹기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덕분에 기업들의 환경관련 투자도 크게 늘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환경을 전담하는 임원과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정부가 국가적으로 요구하는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 위해서이다. 정수 하수처리 재활용 등 20개 핵심기술은 세계 15위권에 오를 정도로 성장했다.

 

민간부문의 환경관련 활동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2011년 12월말 현재 환경부에서 허가를 받은 비영리 민간법인은 무려 270곳에 이른다. 비영리 민간단체도 148개가 있다. 환경관련 비영리 민간법인의 경우 노무현 정부 말인 2007년에 168개였으니, MB정부 들어 100개 이상 늘어난 셈이다.

 

내년 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도 환경관련 정책의 무게는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환경예산의 축소 또는 환경부의 위축 등을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환경 보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새로운 정부가 함부로 무게를 덜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은 당장 우리의 삶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후손들이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판가름 나는 문제이다. 이는 정부가 달라졌다고 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갑자기 중요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계속 흐를수록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이 지구를 후손들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다는 큰 각성이 있은 지 이미 오래다. 주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생각의 변화가 일기 시작해 이제는 많은 시민들이 이런 사실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빌려 쓰고 있는 만큼 최소한 지금 그대로, 아니면 조금 나은 상태로 물려줘야 하는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부족하다. 이런 생각의 변화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머리로만 이해하고, 구호만 외치다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누구나 일상을 둘러보면 이런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으로 한 발 더 나아가도록 누군가 밀어줘야 한다.

 

안타까운 사실은 MB정부 들어 환경관련 시민단체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변화된 생각을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실천적 운동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몇몇 단체들이 열심히 노력하고는 있으나 성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각성과 행동을 이끌어내기 앞서 일부 단체들이 먼저 각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가슴이 답답하다.

 

이제는 환경운동의 큰 방향성과 방식에 일대 변혁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지금껏 해왔던 감시의 기능을 유지하는 한편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환경오염 또는 파괴행위를 줄이도록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알게 모르게 환경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수도 없이 한다. 대부분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상당히 줄일 수 있는 것들이다. 앞으로의 환경운동은 이를 위한 캠페인, 시민들의 실천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행동규칙의 전파 등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도 시민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더 이상 ‘습관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생활을 바꾸고 행동양식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캠페인이나 국민운동에 보다 많은 지원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몸집이 커질대로 커진 단체들이 겁나서 덥석 집어줄 것이 아니라, 어느 단체들이 진정 환경과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있느냐를 잘 가려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부요, 나라살림살이다.<2012. 1. 6>

mazinger@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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