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펭귄 환경칼럼] 김인경 프로, 그리고 김은경 장관의 '과제'
[뉴스펭귄 환경칼럼] 김인경 프로, 그리고 김은경 장관의 '과제'
  • 김기정
  • 승인 2017.08.07 08:0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경 프로가 LPGA 메이저대회 리코 우먼스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했다. 이로써 김인경은 프로 데뷔 이후 메이저 대회 첫 우승과 시즌 3승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축하받아 마땅하다.

 

 

김인경 하면 골프팬들은 2012년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떠올린다. 김인경은 이 대회에서 30cm짜리 퍼트를 놓쳐 우승컵을 유선영에게 내주고 말았다. 그 퍼트를 놓친 뒤 입으로 손을 가져가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떠뜨릴 것만 같던 그 표정. 이번 브리티시 오픈에서 그의 우승이 더욱 값지고 빛나게 보이는 건 바로 이 때문이기도 하다. 

 

김인경의 이번 우승으로 한국선수들은 올 시즌에 12승을 합작했다. 지금까지 치러진 22개 대회 가운데 절반이 넘는 대회를 휩쓴 것. 특히 최근 4개 대회 연승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 여자골프의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한국 골프선수들이 왜 이렇게 잘할까. 이와 관련 현재 세계 랭킹2위인 미국의 록시 톰슨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한국인이라서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선수 개개인이 잘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선수 개개인의 자질이 우선 뛰어난데다 훈련 또한 열심히 하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당연하다는 분석이다.

 

나는 여기에다 전국민적인 골프붐이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골프 애호가들이 크게 늘면서 골프에 대한 관심이 함께 높아졌고, 그런 관심들이 모여 세계적인 프로선수들을 길러내는 것이다. 

 

골프붐에 기여한 요인은 크게 3가지다.

먼저 박세리. 우리가 IMF의 고통에서 절망할 때 그녀는 ‘맨발투혼’으로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으며 스포츠에 재능 있는 어린이들을 ‘세리키즈’라는 이름의 골퍼로 성장시킨 동인이었다. 

 

두 번째는 시뮬레이션(스크린) 골프.

스크린 골프의 확산에 따라 골프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골프는 더 이상 사치성 스포츠가 아니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레저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남자직장인들이 퇴근 후 동료들과 당구를 치러 많이 갔지만, 요즘은 스크린골프장으로 향하는 경우도 이에 못지않다. 특히 남녀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직장동료와 가족끼리 친구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뤄 스크린 골프를 친다. 

 

그러다가 전자오락(게임) 같은 스크린에서 벗어나 필드로 나간다. 요일과 시간대만 잘 고르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필드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따라서 세 번째 요인으로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의 확산을 꼽을 수 있다. 

전국의 각 골프장은 스크린골프를 통해 갈고 닦은 ‘고수’들로 북적인다. 스크린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필드가 필요하고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용금액이 저렴한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긴 것은 수요와 공급의 당연한 원리다. 

2016년 말 현재 전국의 퍼블릭 골프장 246개로 전체 464개의 절반을 넘는다. 이용객 수에 있어서도 2016년 한 해 1966만명이 찾아 회원제골프장 이용객 1852만명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따라서 골프장 사업자들이 골프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정도면 그들에게 훈장을 줘도 뭐랄 사람 아무도 없다.

 

여기까지는 골프장의 긍정적인 측면만을 본 것이다.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에서 골프장을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에 환경TV와 그린포스트코리아가 2010~2015년 6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골프장의 농약사용 규모가 예사롭지 않다. 2015년 전국 골프장에서 연간 사용한 농약은 물 등을 섞지 않은 ‘순수성분 상태’로만 155톤이 넘는다. 이는 2010년에 비해 무려 40톤이나 늘어난 것이다. 또한 전체 골프장의 3분의2가량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 

 

그렇지만 골프장은 농약을 아무리 써도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사용량이 얼마든, 잔류농약이 얼마만큼 검출되든 현행법상으로 제재대상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사용량도 골프장이 직접 작성해 제출한다. 부실기재의 우려가 제기되지만 환경부는 ‘괜찮다’고 한다. 그래봐야 전국의 농지 평균사용량에 못 미치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전혀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평균’으로 봤을 때 그런 것이지, 실제로 전국 농지 평균이상의 농약을 뿌리는 곳이 수두룩하다. 더구나 골프장 스스로가 낸 사용량 통계를 근거로 ‘괜찮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환경부가 왜 골프장 농약사용 규제에 소극적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낙동강 페놀사태 때 ‘페놀아줌마’로 떠 장관자리에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동안의 경력을 근거로 자질과 능력에 회의적인 눈길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관료나 대학교수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대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김 장관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쨌든지 그는 문제인 정부 초대 환경부장관으로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 잔뜩 떠안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 미세먼지 대책, 물 관리 일원화, 가습기살균제로 대표되는 화학물질 관리 등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온 정성을 쏟아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은경 장관의 환경부는 이런 큰 이슈들 못지않게 우리의 생활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위해를 미치는 환경문제들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한다. 

골프장 농약사용 문제도 그 중 하나다. 

 

골프장들이 농약을 얼마나 쓰는지, 그 농약들이 얼마나 남아서(잔류해서) 이용객들과 골프장 종사자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사용한 농약들이 주변 토양과 지하수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이제는 점검하고 확인해야 할 때가 됐다. 골프장이 크게 늘면서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여전히 규제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 옳지 않다.  

 

규제만능주의로 접근하자는 게 결코 아니다. 늘어나는 골프인구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골프장의 토양과 지하수를 농약오염으로부터 구하기 위해서도 환경부의 보다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페놀사태’는 한순간에 국가적인 이슈로 떠올랐지만, 골프장 농약은 슬금슬금 우리의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다가 언제 어느 곳에서 크게 불거질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