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골프(스크린 골프)의 급속한 확산으로 골프는 이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전국의 골프장 수도 최근 6년새 100개 이상 늘었다. 골프장 증가에 따라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도 급증하는 건 당연한 이치. 그러나 골프장 사용 농약에 대한 규제기준이나 정확한 통계 등이 없다는 건 결코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대목이다. 골프장을 찾는 이용객들과 골프장 종사자들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고, 골프장 인근 토양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우후죽순처럼 증가한 골프장의 농약사용과 관련한 특별기획시리즈를 4회에 걸쳐 집중조명한다.[편집자] 

① 급증하는 골프장 농약사용량도 6년새 40톤 증가

② 골프장 농약 '맘대로' 살포...현대차 등 대기업 골프장도 "이하 동문"

③ 농약최다사용 골프장 '톱20'

④ OECD 농지 농약사용량의 3배...지하수 등 환경오염 우려는 '어떡하나'

수도권에 있는 한 골프장(사진은 기사내 특정사실과 관계없습니다.)

 


골프장 농약사용 규제 無…OECD 농지 기준 3배까지 

우리나라 골프장들이 사용하는 농약의 규모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일까.
2015년 기준 500개가 넘는 골프장에서 성분기준 155.3톤, 실물기준 530톤이라는 사용수치가 선뜻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단위면적(헥타르)당 사용량으로 환산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2015년 전국 골프장들은 헥타르당 평균 5.45kg의 농약을 사용했다. 

이를 주요 선진국의 농경지 사용 농약량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골프장이 얼마나 많은 농약을 뿌리는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국가별 단위면적(ha)당 평균 농약사용량 OECD 자료(2008년 기준)에 따르면 독일은 헥타르당 1.7kg의 농약을 사용하고 있고, 미국은 2.7kg, 영국은 4.2kg을 살포했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이 농경지보다 농약을 덜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골프장에선 헥타르당 5.45kg을 사용해 독일 농지보다 3배 이상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우리나라 농경지 평균 농약사용량이 헥타르당 11.6kg이라는 점을 들어, 골프장 농약사용량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표=환경TV]

 


더 큰 문제는 국내 골프장이 사용한 헥타르당 5.45kg은 '평균치'라는 점이다. 충북 충주 '센테리움'은 헥타르당 24.2kg을 사용해, 우리나라 농지 평균보다 2배 이상의 농약을 사용했다. 이어 충북 청원 '이븐데일CC', 경기 양평 '더스타휴', 제주 애월 '에버리스' 등 유명 골프장들도 헥타르당 20kg을 넘는 농약을 사용했다.

지하수 관정을 뚫는 모습

 


골프장 농약 지하수 유입가능성 충분…국내 검사조차 無

농약 사용으로 생기는 대표적 환경오염중 하나가 지하수 오염이다. 농약으로 인한 지하수 수질 악화는 회복도 어렵고, 장기간 지속되기 쉬워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골프장 농약도 지하수오염 가능성이 크다.
학계에선 골프장에서 살포되는 농약도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된 '골프장 농약 환경영향 연구' 논문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에선 골프장 지하수 농약 모니터링 조사 결과 농약이 다수 검출되는 것으로 보고 됐고, 이에 골프장에서 사용된 농약이 지하수로 이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골프장 농약에 의한 지하수 오염에 대한 조사를 위해 20m이내 관정을 설치, 지하수 농약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골프장 관정의 약 25%에서 다수의 농약이 검출된 것으로 보고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골프장 농약에 의한 수질오염 우려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국내 골프장은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질 오염우려가 인정되는 '기타 수질오염원'으로 분류돼 있다. 이에 환경부는 '농약사용량 조사 및 농약잔류량 검사방법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골프장의 맹독성 및 고독성 농약의 사용여부와 농약의 안전사용기준 준수 여부확인을 위해 매년 2차례 농약잔류량 검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농약이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에 대한 방지 대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골프장 농약 사용량에 대한 규제와 기준도 없고, 잔류농약 검사도 단순 고독성 농약이 검출되는지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골프장 지하수 오염에 대해 검사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검사를 못하는 이유는 산·평지 등 골프장 간의 지형 차이와 골프장 내 관정 설치 기준 등의 문제 때문이다.

또한 골프장 주변에 상수원이 있거나 물 흡수가 빠른 현무암지대로 이뤄진 제주도 등 지하수 오염우려가 큰 지역의 골프장들의 지하수 오염 검사도 실시되고 있지 않았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농약이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2010년대초 골프장 내 지하수 검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며 "하지만 지형차이 등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해 지하수 검사 계획은 무기한 보류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골프장 지하수 검사 검토 당시, 제주도 등 일부지역만 따로 검사를 하자는 논의는 없었다"며 "전체 골프장 공통으로 규정을 만드려는 시도만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골프장 농약 환경영향 연구를 수행한 장희라 호서대 교수 등 연구진들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골프장의 농약 사용에 의한 지하수 등 환경 연구가 부족하다"며 "앞서 골프장에 설치한 관정들은 대부분 100 m 이상의 규격이기 때문에 골프장 농약의 지하수 이동 가능성을 조사하는데 적합하지 않고 인체 유해성 확인하는 데도 용이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체 유해성을 확인하기 위해 골프장 지하수 조사 방법 마련 등의 연구가 시급하다"면서 "이와 관련한 제도 도입방안 마련을 위한 검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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