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측 "성분 분석조차 안 한 채 판매 계속, 안전 근거 미비"

[출처=아모레퍼시픽 홈페이지]

 


지난해 부산에 사는 임모씨(70)에게 갑작스레 병이 찾아왔다. 바로, 구강암. 국내에서 발병하는 암 가운데 3% 이하로 나타나는 희귀암이었다. 주로 음주나 흡연 같은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서만 발병하는데, 문제는 임씨가 음주나 흡연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임씨는 20년간 고집해온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 치약’을 의심했다. 같은 해 9월 그가 사용하던 메디안 치약(메디안)에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의 유해성 원료 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치약에서 유독물질이 발견되면서 임씨를 비롯해 소비자 약 300명이 아모레퍼시픽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메디안 성분 분석조차 하지 않은 채 판매를 계속하고 있다고 소비자측은 비판했다. 

27일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다음 달 초 천연 성분이 다량 함유된 새로운 치약 브랜드가 출시된다. 애초 업계에선 이 치약이 ‘가습기살균제 치약’으로 불린 메디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전망을 뒤집고 메디안을 없애지 않기로 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이 생산‧판매 한 메디안에선 가습기살균제 속 유해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 혼합물(MIT) 검출됐다. 메디안에 함유된 CMIT와 MIT는 0.0022∼0.0044ppm.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양치한 뒤 입안을 물로 씻어내는 치약의 특성상 인체에 유해성은 없다고 밝혔지만, 유해성 논란은 분분하다. CMIT와 MIT는 1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주범으로, 폐 섬유화 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회수한 치약 명단. [출처=식약처]

 


특히 지난 20일 메디안을 사용한 소비자 약 300명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아모레퍼시픽이 CMIT와 MIT 논란 이후에도 성분 분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 측 강용석 변호사는 "아모레는 치약 속 독성물질이 ‘극미량’이라고 일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며 "그 어디에도 ‘극미량’이라는 자료는 없다"고 말했다. 메디안에서 CMIT, MIT가 함유된 것으로 나타나 전량 환불조치가 이루어진 지 1년이 돼가고 있지만, 아직 치약 속 독성물질 함유량에 대한 성분 분석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강 변호사는 “식약처에도 관련 자료가 없다는데, 이는 애초에 CMIT와 MIT가 치약에 들어가면 안 되는 유독 물질이기 때문에 (아모레가)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가진 10여종의 메디안 치약 내 유독 물질 함유량을 검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아모레 측 변호인은 CMIT 및 MIT와 관련된 식약처의 ‘위해 평가 보고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며 "식약처 조사결과 CMIT와 MIT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매일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 자료 분석 결과, 조사 대상이었던 화장품은 사용 후 즉시 씻어내는 제품으로 샴푸, 손 세척 비누, 샤워젤, 헤어컨디셔너 등 4종에만 적용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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