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LG생건의 "가습기살균제 피해 無" 주장에 '어불성설' 비판

LG생활건강 본사 [출처=LG생활건강]

 



환경부가 LG생활건강에 '뿔'이 잔뜩 났다.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에 부과된 피해구제분담금에 대해 LG생활건강측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환경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우리가 판매한 가습기살균제에서는 전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왜 분담금을 내야 하느냐"며 억울해 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법적 근거는 다음달 9일 시행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약칭 기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이 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 등의 재원 확보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것으로,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을 제조했거나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한 기업들이 '십시일반' 분담금을 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한 재원 규모는 1000억원이며, 생산·판매 규모에 따라 회사별로 분담금 액수가 정해진다. 옥시가 500억원으로 가장 많고, LG생활건강의 분담금은 30억원이다.  LG생활건강은 1997년부터 2003년까지 '199가습기세균제거'라는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 34,35조 피해구제분담금 조항 [출처=국가법령정보센터]

 

LG생활건강의 '불만'은 자사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이 없는데 왜 분담금을 내야 하느냐는 것. 이는 상식적이지도 않고 형평성에 맞지도 않는다는 게 LG생활건강의 주장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 선정의 기준은 독성화학물질사용으로 인한 피해자가 발생된 경우여야 한다"며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자가 없고, 환경부 보도자료나 질병관리본부의 피해백서 등 어디에도 당사제품이 건강피해를 유발했다고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를 구제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근거한 분담금 부과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인과관계가 확인된 물질인 PHMG/PGH/CMIT/MIT 등을 사용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분담금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일정 정도의 감액규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의 입법취지는 원인제공자인 생산·판매자들이 공동으로 돈을 모아 피해자구제에 쓰도록 하자는 것이지 피해자들에게 주는 배상금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 
재원확보를 위한 일종의 세금이라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의 불만 표출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피해구제분담금은 법에 명시한 대로 기업들이 부담해야하는 금액을 산정한 것"이라며  "제품판매량 공개 등 환경부 조사에 협조한 것은 물론, 분담금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 듣고 관련 서류에 서명까지 하고서는 이제 와서 불만을 제기하는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들 가운데 노골적으로 불만을 보이는 곳은 LG생활건강 뿐"이라며 "막상 분담금 금액이 고지되자 자신들 예상보다 많이 나왔다고 느꼈는지 이곳저곳에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만약 LG생활건강이 분담금을 내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2016년 5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기업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 [사진=환경TV DB]

 


기습기살균제 피해자모임과 환경단체 등은 LG생활건강이 자사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며 억울해 하는 데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LG생활건강은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가 현재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소비자들 건강에 이상이 없는 제품이라고 주장한다"면서 "해당 제품이 판매될 당시 가습기살균제가 이슈가 되지 않았고 오래 전 일이라 피해자들이 모르고 신고를 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 환경부가 한국환경보건학회에 의뢰해 조사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1228명 가운데 LG생활건강 제품을 사용한 사람은 102명(8.3%)에 달했다. 환경단체에선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한 후 병원치료를 받은 피해자가 30만~50만명이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LG생활건강 제품을 이용한 후 병원치료를 받은 사람은 2만4000명에서 4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LG생활건강은 가습기살균제 제품으로 인해 피해가 의심되는 사람들의 신고를 받는 자체 신고센터도 설치하지 않았다"며 "제품 피해자를 찾을 생각도 하지 않고 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자료도 밝히지 않으면서 피해구제분담금 부담에 억울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아이 엄마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좌)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오른쪽 목에 구멍을 내서 호흡하고 가래를 뽑아내야 하는 나원이의 입원모습(우)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앞서 지난해 5월엔 LG생활건강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염화벤잘코늄(BKC)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홈페이지의 독성정보제공시스템에선 "BKC는 일반적으로 소독제와 (피임용) 살정제로 사용되고 있다. 소장 전체에 걸쳐 짓무름, 궤양, 점상 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뇌와 폐의 부종이 보고됐고, 호흡기 근육의 마비로 인한 질식 또는 심장 혈관 허탈 때문에 섭취한 후 1∼2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해당 제품에 사용된 BKC 함량은 0.045%로,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가습기살균제 제품에 대한 BKC 사용한도인 0.08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제품 단종 후 상당 기간이 지났지만 본 제품과 관련한 피해사실이 확인될 경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hypark@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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