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태지' 수족관감옥 전전…'내게 무슨 죄가 있다고'
돌고래 '태지' 수족관감옥 전전…'내게 무슨 죄가 있다고'
  • 박준영 기자
  • 승인 2017.06.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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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대공원 해양관의 마지막 돌고래 생태설명회 모습. 맨 오른쪽에 큰돌고래 태지가 보인다. [출처=핫핑크돌핀스]

 


돌고래 ‘태지’(17세 추정·수컷)가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을 떠나 제주의 한 사설 수족관으로 향한다. 

20일 서울대공원과 동물보호단체 등에 따르면 태지는 20일 오후 8시쯤 아시아나항공 전용 화물기에 실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퍼시픽랜드’로 옮겨진다. 애초 서울대공원과 시민단체는 태지를 울산 남구 고래생태체험관으로 보내려했지만, 여러 차례 돌고래 폐사 전력이 있는 데다 이를 은폐하려해 제외됐다.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에서 잡힌 뒤 10여년 가까이 서울대공원에서 살던 태지의 이사가 갑작스럽게 결정된 이유에 대해 서울대공원 측은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라 답했다. 

본래 서울대공원에는 태지를 포함, 2마리의 돌고래가 더 있었다. 제주 앞바다에서 온 남방큰돌고래 금등이(25세 추정·수컷)와 대포(24세 추정·수컷)였다. 이들은 9년간 한 수족관에서 동거동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금등이와 대포가 야생 방사를 위해 제주로 옮겨지면서, 태지는 홀로 남겨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돌고래는 본래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동물로, 홀로 생활할 경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 행동을 보인다. 태지도 금등이와 대포가 떠난 뒤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숨은 거칠어졌고,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금방 또 숨어버렸다. 위로 올라왔을 땐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계속된 이상행동에도 서울대공원은 태지의 방류를 보류했다. 금등이, 대포와 종 자체가 다를 뿐만 아니라 포획 지점이 달라 국내 바다에 적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결국 서울대공원은 쇼에 동원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오는 11월 말까지 태지의 위탁·관리를 퍼시픽랜드에 맡겼다. 

시 관계자는 “퍼시픽랜드는 1986년부터 돌고래를 관리해왔다"며 "돌고래 관리능력과 사육환경은 어느 시설에도 뒤지지 않기때문에 태지의 건강 회복은 물론, 태지의 건강 상태가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핫핑크돌핀스]

 


퍼시픽랜드가 태지를 위탁·관리하는 기간은 모두 5개월. 만약 이 안에 시가 돌고래 소유권을 포기하면, 태지는 퍼시픽랜드에 귀속된 돌고래 4마리(남방큰돌고래 1마리·돌고래 1마리·혼종 2마리)와 함께 쇼에 동원될 처지에 놓인다. 뿐만 아니라 올 초 호반건설 주택이 퍼시픽랜드를 인수, 수족관 자리에 고급 호텔을 짓기로 결정하면서 동물보호단체들은 그동안 폐쇄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폐쇄를 요구했던 곳에 태지를 보내야하는 상황에 놓인 것은 정부가 무분별하게 수입을 허가한 결과”라며 “태지가 위탁·관리되는 5개월의 시간 동안이라도 해양보호소인 ‘바다쉼터’를 조성하는 등 정부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대표는 “세계적 돌고래 보호운동가 릭 오베리도 바다쉼터가 국내에 조성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며 “해양수산부 등이 나선다면 해양생물보호구역에 바다쉼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