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모래 채취 여부를 두고 어민과 골재채취업체 간 대립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말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다·어장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복구에 수십, 수백 년이 걸리는 만큼 ‘손쉬운 경제 논리가 통해선 안 된다’는 것이 신념”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사업을 위해 바닷모래를 채취해야 한다는 것을 ‘불가피하다’고 여겨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장관은 “해외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처럼 바닷모래에 크게 의존하는 곳은 없다”며 “이들이 다른 곳에서 모래를 확보하는 것처럼 우리도 바닷모래 채취량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주요 선진국들은 바닷모래의 상업적 활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활용할 경우, 엄격한 기준을 둬 바다와 어장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의 양만 채취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미국은 바닷모래의 상업적 활용을 전면 금지, 국책용으로만 활용할 수 있다. 일본은 1998년 바닷모래 채취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채취 과정에서 망가진 해저지형이 원상 복구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어족 자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다. 이에 일본은 히로시마현 등 여러 현에서 벌어지던 바닷모래 채취를 중단, 파쇄석과 수입 모래의 비중을 늘렸다.
영국은 채취된 바닷모래에 세금을 매겨 해저지형 조사와 피해자 보상에 사용한다. 또한 바닷모래 채취를 위해 업체가 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면, 과학자들은 이전에 채취된 바닷모래까지 합쳐 환경영향을 따진다. 어민 등 이해 관계자의 동의도 받아야 할 만큼 까다롭다.
앞서 해수부는 지난 2월27일 국토교통부의 남해 바닷모래 채취 단지 지정연장 신청과 관련, 올 3월1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전년의 절반 수준(650만㎥)만 채취하도록 하는 내용의 해역이용협의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후 실질 허가권을 가진 국토부는 바닷모래를 채취하도록 고시했다. 하지만 어민들이 전국 항포구에서 어선 4만5000척을 동원해 바닷모래 채취에 반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해상시위를 한 뒤 지금까지 남해 바닷모래 채취 작업은 중단돼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바닷모래 채취가 바다·어장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환경조사가 선행된 뒤, 재개 여부도 논의해야 한다”며 “채취가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양을 최소한으로 줄여 국책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김은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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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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