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환경부장·차관에 시민활동가 출신들을 인선하자 반응들이 다양하다. 크게 나눠 보면, '환경현안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표명'이라는 기대와 ‘안정감 부족’이라는 우려가 교차한다. 어쨌든 김은경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환경부는 사상 처음으로 시민운동가 출신 장·차관시대를 맞게 된다. 모든 정부 부처를 통틀어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이번 인선을 아주 긍정적으로 보자면, ‘단속DNA’의 환경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환경부 조직문화의 특성은 수세적이고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신중하고 규정에 강하다. 환경부의 출발이 ‘단속업무’였던 탓에 그 DNA가 조직에 그대로 흐르고 있음을 적어도 환경부 사람들은 부정하지 않는다. 반면 큰 그림을 그려 추진력 있게 밀고나가는 데는 약하다. 그동안 미세먼지 대책, 기후변화 대응 등에 있어서 다른 부처에 밀린 이유도 이같은 한계 때문이다. 아주 작은 규정이나 규칙에 얽매여 스스로 옴싹달싹 못하다 보니 크게 치고나가는 일은 아예 엄두를 못낸다. 

MB(이명박)정권 이후 환경부장관 가운데 우리나라의 환경 현안을 해결한 굵직한 정책이 하나라도 기억나는가. 과문 탓인지 모르겠으나, 나는 손에 꼽을 만한 환경정책이 전혀 떠오르질 않는다. 오히려 환경을 뒷걸음질치게 한 일들은 줄줄이 꿸 수 있다.


따라서 그런 조직문화와 전혀 무관한 시민단체 출신의 환경부장관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한 인선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의 힘이 실릴 것이기 때문에, 크게 좌고우면 할 것 없이 치고나갈 것으로 기대도 된다. 여기에 신임 차관이야말로 ‘오리지널’ NGO 출신이니, 조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 코 앞에 놓인 우리의 환경이슈는 ‘바로잡는’ 일이 대부분이다. 당장 4대강만 하더라도, 생태복원이 초점이다. 'MB=대운하’의 꿈이 낳은 기형아가 4대강 사업이고, 따라서 최대한 원상태로 가깝게 돌려놓는 것이 4대강 생태복원의 핵심이다. 

원상복구를 제대로 하려면 총지휘자는 외부수혈이 불가피하다. 4대강 사업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근거를 만들어 준 장본인들이 내부에 있는데, 내부에서 복원의 책임자를 뽑는다는게 얼핏 생각해도 부적절하지 않은가. 특히 4대강의 생태복원은 추진과정에서 적지 않은 태클이 예상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런 측면에서는 이번 환경부 장차관 인선이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니다.

남한강 수계 여주보[그린포스트코리아 자료사진]

 



그러나 안정감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결코 논리적 정당성이 부족하지 않다. 차관은 내부에서 발탁해 업무추진의 안정성을 기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그것인데, 다분히 보수적(폐쇄적)인 관료조직의 특성상 둘 중 한 사람은 환경부 관료 중에서 골랐더라면 더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번에 임명된 신임 차관의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앞서 예를 든 4대강 생태복원 사업의 경우만 해도, 일사분란하게 일을 추진하려면 내부의 반발이나 어깃장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내 식구’ 차관이라면 그런 면에서 좀 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이번 장·차관 인선에서 지적이 끊이지 않는 안정감 부족은 '정무감각 결여'와 같은 말이다. 

청와대는 김 장관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김 내정자는 환경문제와 지속가능발전분야에서 다양한 공직경험과 정무적인 감각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의 설명대로 김 후보자가 공직경험과 정무적 감각을 두루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동안의 경력으로 볼때 2006~2008년 2년간 대통령비서실에서 지속가능발전비서관으로 근무한 경력 이외에는 딱히 다양한 공직경험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출신인 신임 안차관은 공직경험이 전혀 없다. 차관은 다른 부처와의 업무협의 등에 있어 최일선에 서는 자리다. 각 부처의 차관들이 광대한 국정목표의 완성을 위해 때로는 머리를 맞대로 때로는 각자의 목소릴 높인다. 때로는 시소를, 어떤 때는 외줄타기를 하는 거다. 그걸 잘하는 게 바로 정무감각이고, 이의 상당 부분은 경험의 소산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국민들의 눈길은 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에 쏠려 있다. 

청와대의 설명대로 김 후보자가 "물관리 일원화, 4대강 재자연화 등 건전한 생태계 복원업무를 수행할 적임자”이냐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인사청문회 등 검증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김 후보자의 경력으로 볼 때 뭔가 ‘2%’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노무현 후보의 환경특보 2개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환경전문위원 약 2개월, 이후 2006년 대통령비서실 지속가능비서관 2년, 열린우리당 환경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김 후보자를 ‘적임자’로 볼 수 있을 경력이다. 물론 2010년부터 지속가능성센터라는 법인을 설립해 운영했기 때문에 환경분야의 일을 해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지속가능성센터 지우.

 


하지만 경력만으로 본다면 안 차관이 되레 ‘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안 차관은 서울대학교 해양학과를 졸업한 후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 응용생태학 박사를 취득, 독일에서 생태연구소 연구원을 했다. 이후 2002년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을 시작으로,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와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지냈다. 또 2012년부터 서울시가 추진하는 원전하나줄이기 실행위원장을 최근까지 맡았으며, 오랫동안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을 하면서 국내 최고의 기후변화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장관, 차관 자리를 단순히 경력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특히 장관의 경우에는 조직장악력, 친화력, 소통능력, 업무추진력 등 경력 이외의 다양한 능력들이 더 많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의 취재내용을 포함, 요 며칠 사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보면 김 후보자의 자질에 의구심이 든다. 딱 한 시간이면 사실이 확인될 '연구실적 부풀리기'는 김 후보자의 '도덕관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우리는 문 대통령의 선택이 옳기를 바라며, 옳을 것으로 믿는다. 많은 국민들의 기대대로 ‘페놀아줌마’ 김 후보자가 중차대한 환경현안 해결의 적임자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지금은 누가 환경부장관이냐 보다는 망가진 환경을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험난한 검증의 산을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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