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해양생태기술연구소 박사

손민호 해양생태기술연구소 박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였던 순한 눈매의 점박이물범, ‘웃는 고래’라는 별명을 지닌 돌고래 상괭이, 우윳빛 집게발을 흔들며 구애하는 갯벌의 사랑꾼 흰발농게..." 

이들 간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바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어 우리가 적극적으로 아끼고 보호해야 할 바다생물이라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계속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수온 상승 등 해양환경 변화, 환경 파괴, 어로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획 등으로 우리 연근해 해양생물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적극적인 조치 없이는 수년 내에 바다거북, 바다사자, 삼나무말(해조류의 한 종류) 등은 영원히 우리바다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비관적인 추측마저 나오고 있다. 일례로 점박이물범의 경우, 불과 7-8년 전만해도 최대 600여 마리가 관찰됐지만(국립환경과학원, 2010), 현재는 생존개체 수가 겨우 250여 마리(고래연구센터, 2017) 전후에 지나지 않아 보호가 절실한 실정이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총 77종의 해양생물을 보호대상종으로 지정해 이들의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바닷속의 꽃으로 불리는 연산호에서부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덩치를 가진 대왕고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들이 포함돼 있다. 얼마 전 실시한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77종의 해양생물들에게 ‘보호대상해양생물’이라는 다소 긴 이름 대신 ‘해양보호생물’이라는 보다 쓰기 편하고 기억하기 쉬운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올해를 해양보호생물에 대한 대국민 관심을 높이는 중요한 전기로 삼아 대국민 홍보 및 보호활동을 강화해 나간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법적 규율과 대국민 홍보 외에도 주변국과의 공조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일례로 점박이물범의 경우엔 먹이를 먹는 봄-가을철에는 우리나라 서해 백령도를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다가 자신들의 번식시기인 겨울에는 중국의 발해만으로 돌아가 얼음판 위에서 새끼를 낳고 키우는 생태특성을 갖고 있기에 이들에 대한 보호와 관리는 우리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외에도 현재 지정돼 있는 해양보호생물 중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무척추동물과 해조류 중 상당수는 주변국 바다로부터 포자 혹은 어린 새끼들이 얼마나 공급되는지 여부가 우리나라의 서식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일본, 중국, 대만 등 이웃 국가들과 함께 연구하고 관리하는 국제 공동 관리체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노력에 바다생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인식, 그리고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하루빨리 우리 바다를 마음껏 유영하는 대왕고래와 점박이 물범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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