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에도 난센(Nansen) 빙붕엔 물웅덩이가 생겨 강이 만들어졌었다. [출처=해양수산부]

 


온난화로 남극대륙과 바다를 이어주는 빙붕(ice shelf·氷棚)이 녹아내릴수록 해수면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학설이 뒤집어졌다. 이에 2100년까지 세계 해수면이 약 2m가량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추진한 ‘장보고기지 주변 빙권 변화 진단, 원인 규명 및 예측’ 연구를 통해 남극대륙의 빙붕 붕괴와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 애초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는 단서를 발견했다고 20일 밝혔다. 

빙붕은 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약 200~900m 두께의 거대 얼음 덩어리다. 대륙의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려가는 것을 막는 방어막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온난화로 빙붕 표면의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물웅덩이(Melt ponds)가 빙붕 붕괴를 촉진, 해수면을 상승시킨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해수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미국, 이탈리아 등 국제연구팀은 장보고 기지 인근에 있는 ‘난센(Nansen) 빙붕’이 기온 상승으로 인한 물웅덩이 생성에도 불구, 붕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극 난센(Nansen) 빙붕 위치도. [출처=해양수산부]

 


앞서 연구팀은 2014년 1월 난센 빙붕 끝 부분에 생긴 길이 30㎞의 균열을 발견, 이 균열 사이로 빙하용융수(담수)가 흘러내리는 광경을 지속적으로 관찰했다. 또한 여름철(12~2월)엔 기온이 영하 15도 수준으로 오르지만, 최근 온난화로 영상 0~5도까지 올라 빙붕에 물웅덩이가 형성되는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남극의 평균 기온은 영하 30도다. 

웅덩이에 고인 물이 빙붕 표면에 생긴 강(물줄기)을 따라 바다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붕괴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연관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발견은 해수면 상승과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100년까지 세계 해수면이 2m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되짚어질 예정이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해수면변동예측사업단장은 “빙붕 붕괴가 해수면 상승과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 해수면이 세계적으로 2m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다소 과다 계산된 면이 있다”며 “속단할 순 없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해수면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에 따르면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해수면 상승 예측 모델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극지연구소 주변 50여 곳에 지진계 등 기상관련 장비를 설치해 해수면 상승 추이를 연구하고 있다. 

난센 빙붕 내 강(江)의 진화 과정 (2013.12~2014.1) [출처=해양수산부]

 


국내 해수면 상승 속도도 재점검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연안에서의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2.68mm/yr다. 동해·서해·남해 각각 3.35, 3.02, 1.06mm/yr다. 

이 단장은 “우리나라 평균 해수면 상승률은 세계 해수면 상승 속도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이라며 “이는 해수면 상승 예측 모델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 중요성을 인정받아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영국 네이처(Nature)지 4월호에 실린다. 

김영석 해수부 장관은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주변에 구축된 빙권 변화 종합감시 관측망을 활용, 앞으로 보다 정밀한 해수면 변동 예측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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