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너지 그림은 좋은데...?

환경TV는 각 당의 대선후보가 확정되기 전인 지난달에 주요 대선주자 5인을 대상으로 환경정책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서면인터뷰를 진행해 보도했다. 그 가운데 현재 3명이 각 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문재인 안철수 심상정 후보 등이다.

인터뷰 당시 환경TV는 다소 민감한 이슈를 공통질문으로 던졌다. 지금 한참 논란이 가열되는 ‘환경부+에너지’도 그 중 하나. 에너지부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떼어내 환경부와 합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은 것이다.

연일 국민들의 폐를 괴롭히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서라도 에너지는 환경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성이 크며, 따라서 산업(계)에 경도돼 있는 산업부에서 에너지를 분리해 환경부에 통합하자는 게 이 논의의 핵심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주로 환경 쪽 관계자들 사이에서 회자된 이 방안은 지난해부터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면서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얼씨구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춰야 할 얘기. 산업부의 에너지부문 예산이 6조원에 육박하고, 신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신산업 등 예산만도 1조5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에너지부문 예산 6조원은 환경부 전체예산(6조6627억 원)과 맞먹는다. 예산만 놓고 본다면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오는 격이다. 그 뿐인가. 에너지를 담당할 조직, 인력까지 감안하면 최소 차관 자리 하나, 실장 자리 두셋이 생겨나니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웃을 일이다.


대선후보들이 호의적이라고?

하지만, 지난 달 대선주자 인터뷰의 결과는 환경부 입장에서는 반색하기 힘든 구석이 많다. 우선 이 질문에 대해 유력 주자인 문재인 후보는 답을 유보했다. 산업부 쪽을 의식해서인지, 이 정책방향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어서였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문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 측은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론적인 전제 아래, “환경에너지부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대안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지 결코 그 방향으로 가겠다는 의사표현은 전혀 없었다.

심상정 후보측은 이미 섀도 캐비닛에 환경과 에너지를 합쳐 ‘생태에너지부’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논의에 있어서 가장 적극적인 후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문,안 두 후보는 환경부의 바람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난다. ‘떡줄 사람 생각도 않고 있는데’ 정도의 인식차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어쨌든 환경TV의 지난달 인터뷰 이후 이에 대한 논의는 점점 가열되고 있고, 산업부와 환경부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됐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에 이르렀다.

 

산업부는 오히려 ‘회심의 미소’?

산업부 관료들의 생각은 어떨까.

최근 만난 산업부의 고위관료 A씨는 전적으로 사견임을 전제로 ‘아주 뜻밖에도’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부문을 환경부와 합치는 데 대해 굳이 반대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 업무의 일부를 떼어내어 기재부와 합친다고 하면 결사반대하겠지만, 환경부라면 뭐...”

환경부와 합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든다면-예컨대 요즘 회자되는 기후에너지부 등등- ‘주도권’을 잡는데 있어서 결코 환경부에 밀리지 않을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A씨의 생각이 산자부 관료들의 일반적인 생각은 아니겠지만, 이 논의를 ‘부처 대 부처(일부)’의 통합이라는 프레임으로 본다면, A씨의 생각이 산업부내에서 설득력을 얻기란 쉬워 보인다.

때마침 지난 17일 탈핵국회의원모임 주최 토론회에서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에너지 수급 업무는 산업부가 계속 맡되, 에너지공단을 환경공단과 합치는 방안도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환경부가 에너지 업무까지 감당할 ‘능력’이 안 되므로, 아예 ‘환경’자를 빼고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목을 끌었다.

 

‘규제DNA’ 환경부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부에 에너지부문을 맡길 경우, 환경부는 과연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가?

‘아니다’라는데 한 표.

무엇보다 환경부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약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환경부 관료들 스스로도 일정 부분 인정하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환경부가 단속과 규제 위주의 업무를 주로 해 온 탓에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큰 정책을 끌고나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한 마디로 ‘규제DNA,단속DNA’가 조직의 핏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나 역시 환경TV에서 일하면서 지난 7년여 동안 적지 않은 환경부 공무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도 진행하면서 똑 같은 한계를 느꼈다.

따라서 환경과 에너지를 합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현재의 환경부가 에너지 부문 흡수하는 방식에는 회의적이다. 특히 지금 환경부를 이끌고 가는 고위직의 역량은 ‘2% 이상’ 부족해 보인다.

에너지부문을 산업부에서 분리하는 문제는 중차대한 정책결정이다. 따라서 분리하더라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환경부가 신재생에너지의 일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서 환경부에 합치는 게 맞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환경에너지부든 기후에너지부든 둘을 합친다면, 통합신설되는 그 부처의 컨트롤 타워(장·차관)는 환경부, 산업부 출신이 아닌 전문가그룹이 맡아야 한다. 특정 부처 출신으로 채웠다가는 ‘밥그릇싸움’에 바람 잘 날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안하는대로 에너지청으로 아예 독립해서 기후변화와 에너지를 균형 있게 다루는 ‘훈련’을 거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에도 당연히 그 컨트롤 타워는 환경부 또는 산업부 출신을 철저하게 배제해서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산업부에서 에너지를 떼어내는 의미가 살아나고, 국가의 백년대계 차원에서 환경과 에너지의 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의 환경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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