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에 '무능한' 환경부장관으로서 '국민고통'에 깊은 사죄 필요

미세먼지 ‘이외 업무’로 바쁜 조 장관


김기정 / 그린포스트코리아 발행인

 

조경규 환경부장관이 보이질 않는다. 

요즘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닌지라, 웬만하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팔 걷어붙이고 애쓰는 모습을 보일 법도 하련만 조 장관은 미세먼지 ‘바깥에’ 있다. '뭐하고 계신가' 궁금해서 포털 사이트에 '조경규 환경부장관'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이렇게 뜬다. ‘소백산국립공원 해빙기 탐방로 안전점검’(4월5일) ‘식목일 나무심기행사’(4월5일) ‘한-베트남 환경장관 회담차 하노이 방문’(3월29일) ‘세계기상의 날 축사’(3월23일) ‘유해화학물질취급사업장 방문’(3월20일) ‘OECD환경국장 면담’(3월16일) ‘덴마크 환경식품부장관 예방’(3월8일)...이달과 지난달에 조 장관이  뉴스에 등장한 ‘업무’는 대략 15건 내외. 그러나 이 가운데 미세먼지관련 업무는 없다.

최근 3년 새 최악의 미세먼지로 온 국민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데, 조 장관은 주로 ‘다른 업무’로 바빴던 것. 물론 그가 관련 업무를 전혀 안 본 것은 아니겠지만, 미세먼지로 사실상 비상사태나 다름없는 이 난리통에 그는 뉴스에 한 줄 나올만한 일조차 하지 않았다. 

올 들어 석 달이 지나도록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조 장관은 딱 두 번 뉴스에 등장했는데, 2월3일 수도권대기환경청을 방문해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준비실태 파악’이 한 번이고,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24일 ‘기상, 미세먼지 예보현장 방문’이 또 하나다. 


장관이 관심 없으니 대책도 ‘엉성’한가


사태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조 장관의 이런 소극적 대응은, 보다 격하게 표현도 가능하지만, ‘업무 회피’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생각해보라. 지난 3월 한 달간 미세먼지 농도 ‘나쁨’을 기록한 날이 3분의1에 육박했는데 주무부처 장관은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단 한 마디 위로의 말조차 없었으니! 아무리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장관의 자세가 이러니 환경부에서 ‘좋은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란 애초에 틀려먹은 얘기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가. 그동안 환경부가 내놓은 주요대책이라곤 ‘용어변경’ ‘기준강화’ 뿐이다. 환경부의 방안대로, 지름 10㎛(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를 ‘부유먼지’로, 지름이 2.5㎛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를 ‘미세먼지’로 각각 바꾼다고 하자.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미세먼지가 부유먼지가 되면 건강에 해를 덜 미치게 되나? 대기환경학회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바꾸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데 이 와중에 정말 뜬금없다. 

초미세먼지 환경기준을 미국 일본 수준으로 상향조정하겠다는 방안도 현 단계로서는 별 의미 없기는 마찬가지다. 기준을 강화한다고 미세먼지가 나아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용어변경이나 기준강화나 모두 느낌만 조금 바꾸는 것일 뿐이지 미세먼지 저감에는 아무 실효성이 없다. 정부 차원에서, 오염배출량을 줄이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거의 못하면서 그냥 입으로만 대책을 세운 결과다.


경제논리에 밀려 제 목소리 못내는 신세


하긴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겠는가를 생각해보면 이런 비판이나 비난 또한 부질없다고 할 수 있다. 환경부가 담당했던 온실가스 감축 관련 업무가 지난해 6월 국무조정실로 넘어갔고, 지금 이 업무의 실질적인 컨트롤 타워는 기획재정부다. 환경부는 경제 논리에 밀려 그저 자리나 채워주는 신세다. 배출권거래가격을 사실상 인하한 지난 5일 경제관계장관회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배출권거래가격을 내리면 석탄화력발전소 등은 배출가스 감축노력보다는 값싼 배출권으로 당장 면피하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에, 결국 이런 산업체에서 내뿜는 배출가스가 미세먼지가 돼 우리의 폐로 속절없이 들어온다. 이런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는 자리에 환경부장관도 앉아 있었고,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뒤덮은 이날 산업부의 뜻대로 배출권거래제 가격 인하조치가 결정됐다. 


조 장관은 미세먼지 ‘무대책’ 사과해야 


조 장관은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줄곧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다가 환경부장관으로 발탁되기 직전에는 국무조정실 제2차장을 지냈다. 조 장관이 국무조정실에 있을 때 환경부의 온실가스 관련 업무가 국무조정실로 이관됐으니, 조 장관은 환경부 논리 보다는 기획재정부 또는 국무조정실의 ‘셈법’에 더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장관 취임 때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최우선과제로 삼겠다고 공언했었다. 고농도 미세먼지는 산적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치부했을 뿐 정책적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미세먼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조 장관의 미세먼지 대응자세는 한참 낙제점이다. 환경부가 내놓은 대책도 국민들의 기대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환경부장관으로서 조 장관의 자세는 그 보다 훨씬 못하다. 환경부장관으로서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마땅하다. 임기가 한 달이 남았건, 단 하루가 남았건 정책적 이슈가 큰 현장을 누비며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전후 좌우 가릴 것 없이 동분서주하면서 뛰어다니는게 공직자의 도리이며 참모습이다. 장미대선 탓에 다소 경황없이 정권을 인수할 차기 정부가 초기에 곧바로 민생현장을 살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그렇다. 일국의 장관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더구나 조 장관은 지난해 모교(대학)로부터 '자랑스런 동문상'까지 수상한 모교의 자랑이 아니던가.

조 장관은 지금이라도 미세먼지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데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사과해야 한다. 또한 임기 마지막날까지 미세먼지를 잡기 위해 국내외로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환경부장관으로서 8개월여 임기를 그나마 부끄러움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며 마무리하는 길이다. 

(김기정 / 그린포스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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