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장관회의, 미세먼지 최악인데 사실상 배출권 거래가격 인하 결정

환경부장관 참석한 경제장관회의, 미세먼지 최악인데 사실상 배출권 거래가격 인하 결정
온실가스 감축노력 대신 싼값에 배출권 사서 때울 전망
산업계 '환영'…환경단체 "미세먼지 더 심해질 것" 반발

5일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기획재정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물량을 풀어 가격을 낮추기로 하자 '환경부는 도대체 왜 있느냐'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최근 미세먼지 대책이라곤 기준 강화라는 '립 서비스' 수준의 방안만 내놓아 국민들의 분노를 치솟게 한데 이어, 5일 환경부장관이 참석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배출권 거래가격 인하 등이 결정되자 환경부의 존재의의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우선적으로 환경부에 대한 전면적인 인적쇄신과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 방안은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농림축산식품부가 주로 협의해 확정한 것으로, 2015년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뒤 정부의 시장개입 방안이 마련되기는 처음이다.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 대상기업들이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의 배출권 여유분을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으로 과도하게 이월하면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또 이월량만큼 2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할당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기업들이 이같은 불이익을 피하려면 석탄화력발전소처럼 배출권이 많이 필요한 기업들에게 싼 값에 배출권을 팔아야 한다. 석탄화력발전소들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전력투구하는 대신 싼 값에 배출권을 사서 때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결국 석탄화력에서 내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줄어들지 않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된다. 

당장 한국전력 자회사인 남동발전은 배출권을 확보하지 못해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을 물 처지였지만 이번 조치로 한 숨 돌리게 됐다. 2015년 톤당 1만1774원이었던 배출권은 올해 2월 현재 2만4300원으로 크게 올랐다. 

배출권을 아낀 기업들 입장에서는 운영상, 시장원리상 배출권을 이월하거나 비싼 값에 팔아야 하는데 정부의 이번 조치로 그럴 수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조치는 기업들의 뼈를 깎는 감축노력 보다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통해 편하게 온실가스배출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갈 수 있는 '전례'가 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배출권을 받은 522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283개 기업은 배출권이 남아 다음해로 이월했으나, 석탄화력처럼 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정부가 주는 할당치를 미리 끌어다 쓰고도 모자라는 상황이다. 

이런 기업들이 주로 기재부와 산자부를 대상으로 수도 없이 민원을 제기하자 이번에 이같은 해결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물론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배출권 가격의 이상 급등을 안정시킬 정책적 필요가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런 방안을 내놓기까지 환경부도 함께 머리를 맞대었다는 점.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렇게 손쉽게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채울 수 있는데 어느 기업이 구태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시설투자를 하겠느냐", "환경부는 도대체 왜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기업이 미세먼지 배출 역시 많기 때문에 미세먼지가 더욱 심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한달 가까이 지속되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가운데는 서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들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환경단체들은 최근 환경부의 부실하기 짝이 없는 미세먼지 대책이나, 이번 배출권거래제 방안을 보면 환경부의 존재의의에 대한 회의감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새 정부가 들어서면 환경부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차기정부는 '생명을 살리는 녹색국가' 지향을 전제로 국가 패러다임을 개발에서 보전관리로 전환해야 한다"며 "기후ㆍ대기ㆍ에너지 정책을 통합하고, 에너지를 산업정책에서 독립시키기 위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거나 기후에너지환경부로의 개편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 불안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환경부의 역할은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제도적, 인적 쇄신을 통해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야만 환경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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