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산업 가치 800조…하수슬러지·하수처리수 재이용은 걸음마 단계

안양 박달하수처리장. [사진=환경TV DB]

 


'물 쓰듯' 사용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버려지는 물을 줄이고 정화하는 방법만으로는 수(水)환경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상황이 달라지면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22일은 유엔(UN) 총회에서 지정한 '세계 물의 날'로 올해 주제는 '웨이스트워터(WasteWater)' 즉, 하수의 재발견이다. 버려지는 하수를 재활용, 재사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환경부의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하수슬러지(정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는 369만1150㎥에 이르며, 재활용되는 하수슬러지는 206만1523㎥로 55.9%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 중 연료화된 하수슬러지는 92만8050㎥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비료화되거나 시멘트 소성물 등으로 활용됐다.

반면 소각되거나 건조, 매립되는 등의 방식으로 처분된 하수슬러지는 162만6420㎥로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아직 절반 가까운 양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하수슬러지 처리는 걸음마 단계다. 환경부의 하수도통계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전국 597개의 공공하수처리시설 중 95개소에서만 하수슬러지 처리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기존에는 하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하수슬러지를 소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했지만 조금만 가공하면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훌륭한 신재생에너지원이 도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지하화 사업 막바지에 들어선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의 경우 지하화 과정에서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최신기술과 설비가 도입됐다. 

하수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로 3000여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또 열가수분해 기술로 하수슬러지 발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이를 가공해 발전소 연료로 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수처리시설. [사진=환경TV DB]

 


하수처리수도 다양한 분야에서 재이용될 수 있다. 국내 하수처리시설 597개소 중 564곳에서 처리수를 재이용하고 있다. 다만 높은 참여율에 비해 하수처리수의 재이용율은 평균 13.5%로 저조한 편이다. 

하수처리수의 대부분은 하수처리장 내에서 세척수나 냉각수, 기타용수 등으로 재이용된다. 처리장 이외의 지역에선 72%가량이 하천 유지용수로 사용되고 공업용수로 7%, 농업용수로 5% 가량이 활용되고 있다.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의 물 산업은 민간에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LG-히타치 워터솔루션의 경우 지난해 말 파주 LCD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하수처리수의 재이용 사업을 수주하며 물 산업에 본격 나섰다. 

내년 완공 예정인 재이용 시설은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활용할 수 있는 수질로 재처리돼 가뭄에도 안정적으로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또 하수방류수를 다시 이용해 하천으로 방류되는 하수를 최소화해 하천 환경 보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세계 물 시장 규모는 반도체 시장의 2배가 넘는 7000억달러(약 800조원)에 달한다"며 "하수는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가뭄 대응과 하천 수질에 미치는 환경적 가치도 큰 만큼 앞으로 정부 뿐만 아니라 민간의 관심과 투자도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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