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태풍과 지진, 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석유, 석탄, 가스)는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원채취와 환경파괴, 그로인한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07년 4차 보고서를 통해 인류가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4℃상승하고, 해수면은 59m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화석연료의 가격인상, 석유의 불안정성 확대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고민들로 인해 이제 세계는 지속가능한 성장에 주목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정말 인류의 대재앙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일까?

환경TV 특별취재팀은 스위스와 프랑스를 찾아 세계 각국의 기후·환경 전문가들을 만났다.

▒▒▒▒▒▒▒▒▒▒▒▒▒▒▒▒▒▒▒▒▒▒▒▒▒▒▒▒▒▒▒▒▒▒▒▒▒▒▒▒▒▒▒▒▒▒▒

기획시리즈 '몽블랑을 가다'

1. 몽블랑과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2. 기후변화, 상품이 되다
3. 기상외교

▒▒▒▒▒▒▒▒▒▒▒▒▒▒▒▒▒▒▒▒▒▒▒▒▒▒▒▒▒▒▒▒▒▒▒▒▒▒▒▒▒▒▒▒▒▒▒

2. 기후변화, 상품이 되다

프랑스 몽블랑에서 차로 3시간, 환경TV 특별취재팀은 국경을 넘어 스위스에 도착했다.

국민 한 사람당 평균 64만 8214달러(한화 약 7억)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세계의 부호들이 둥지를 트는 제네바의 상점 곳곳에서 5천만 원 넘는 명품시계를 쉽게 볼 수 있다. 유럽의 금고로 불리는 나라답게 곳곳에서 프라이빗 뱅크가 눈에 띈다.

스위스가 유럽의 금고로 자리 잡은 것은 18세기 말부터다. 프랑스 대혁명 당시 혁명의 혼란을 피해 프랑스 부유층들이 인접한 스위스 제네바로 자산을 이동시키면서 시작됐다.



대혁명은 이러한 단순한 자금의 이동보다 더 큰 변혁을 가져왔다. 혁명 이전의 모든 자금결제는 당시 금을 많이 보유한 왕의 보증에 의해 이뤄졌으나 혁명으로 왕이 쫓겨나자 사람들은 거래를 보증할 새로운 수단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신뢰(trust)였다.

돈보다는 신뢰가 자금결제를 최후 보증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는데 당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은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 스위스의 은행들이었다. 이에 따라 왕정이 이어지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자산가들의 자금이 스위스로 몰려들게 돼 스위스가 유럽의 금고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스위스는 이런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국제 금융업을 발전시켰다. 특히 대규모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어야만 할 수 있는 '대재해금융(Catastrophe Finance)’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재해금융은 기후 위험(Risk)에서 출발한다. 허리케인 등 재앙의 발생 여부나 규모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결정되는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다. 이들에게는 정확한 기후예측정보가 필수적이다. 기상자료에 따라 계산결과가 달라지고 수익과 손실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뿐만 아니다. 유럽 등 선진국들은 이렇게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상품으로 만들어 부를 창출하고 있다. 기상정보와 기후변화 지식을 돈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금융상품은 '대재해위험채권(catastrophe bond, CAT Bond)'이다. 고수익 채권(high-yield bond)인 CAT 채권은 허리케인 앤드류의 피해를 경험한 이후인 1990년 중반 처음으로 소개돼 이후 꾸준히 성장했다. 2005년 CAT 채권의 발행규모는 19.9억 달러(한화 약 2조 1천 5백억). 2006년의 발행규모는 2005년의 두 배를 넘는 46.9억 달러(한화 약 5조 6백억)에 이른다. 2007년 글로벌 신용위기와 맞물려 67%가 감소했지만 전문가들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재해위험채권 펀드(CAT Bond Funds)'도 있다. 기후관련 비상위험을 헤지(hedge)하기 위한 투자수단으로 활용된다. 기후관련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대체자산의 희소성으로 인해 캣펀드의 잠재적인 투자수요는 상당히 클 것으로 추정된다.

'르프리마캣본드펀드(Leu Prima Cat Bond Fun)'는 세계 최초로 비상재해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설정된 공공펀드인데, 2002년 모집 당시 약 2억 4,300만 달러(한화 약 2,624억)의 투자자금이 모집되는 성과를 거뒀다.



'탄소펀드(Carbon Fund)'는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펀드를 조성한 후 온실가스저감사업이나 배출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가리킨다. 막대한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탄소 저감 프로젝트의 자금조달을 도와주는 경제적 기능을 갖고 있다. 펀드투자자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투자대상에 비해 시장위험에 대한 상관성이 낮다는 이점을 제공한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여개의 탄소펀드가 운영되고 있으며 규모는 무려 25억달러(한화 약 2조 7천억원) 이상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9개의 탄소펀드를 운영, 19억달러(한화 약 2조원)의 자본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금전적인 성과와 생태적인 성과(eco performance) 추구의 투자목적을 지닌 '녹색펀드(Green Fund)'는 수익률과 환경문제 개선, 두 개의 투자 목표를 갖는다. 세계에서 제일 큰 규모의 환경펀드는 80%를 환경분야의 선두회사에, 나머지 20%는 신기술을 보유하거나 혁신적인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미숙한 환경관련시장을 이용하여 차익거래이익을 얻는 '헤지펀드(Hedge Fund)'도 있다. 이 펀드는 탄소배출권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 가격 등락폭이 심한 반면 기대수익률도 높을 것이라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럽 등 선진국의 녹색금융에 대한 관심에 비해 우리나라는 탄소시장 등 녹색금융 발전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하다. 녹색산업 기술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전문인력과 교육 프로그램조차 턱없이 부족하다. 녹색성장위원회 노희진 위원은 "환경 관련 종합적 정보와 녹색기업에 대한 분석 평가체계가 부족하다"며 "녹색금융인력 부족으로 녹색펀드와 뮤추얼펀드 간의 차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심재훈 기자 jhsim1@eco-tv.co.kr

◈ 환경TV는 세계 기후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기상청, 그리고 우리 기상기술 발전을 되짚어보는 특집 프로그램 '세계기상기구(WMO) 적자(嫡子) KMA를 낳다'를 11월 중 제작방송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