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태풍과 지진, 온난화 등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 연료(석유, 석탄, 가스)는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분별한 자원채취와 환경파괴, 그로인한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07년 4차 보고서를 통해 인류가 현재와 같이 지속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2100년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4℃상승하고, 해수면은 59m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키위해 세계 189개국 기상분야 전문가들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있다. 환경TV 특별취재팀은 제네바에 위치한 UN(United Nation) 산하 세계기상기구(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WMO)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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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몽블랑을 가다'

1. 몽블랑과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2. 기후변화, 상품이 되다
3. 세계기상기구와 기상외교
4. 기후변화와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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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계기상기구와 기상외교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기상기구(WMO) 본부

특별취재팀이 방문한 WMO에는 189개국이 가입돼 있다. 국제적 협력 가운데 기상을 연구하고 교육하는 일을 한다. 세계 기상 관측 및 통계 구축을 위한 협력, 기상 관측 표준화, 신속한 기상정보 공유 체계 확립, 기상 관련 신기술 보급, 기상 전문 인력 교육, 물 관리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이다.

WMO는 4년에 한번 총회를 실시, 사무총장과 집행이사를 선출한다. 평소 행정의 중심 기능은 사무국이 담당한다. 37명의 각국 기상청장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전문위원회, 지역기상협회 등도 각국의 전문가 대표들로 이뤄져있다. 1879년에 창립한 IMO(International Meteorological Organization:국제기상기구)가 전신(前身)이다. 1947년 IMO 이사회에서 채택한 ‘새로운 기구를 창설하기 위한 세계기상협약’에 의해 1951년부터 WMO 활동이 시작됐다.


▶스위스 제네바의 UN 유럽본부, UN 산하 기관인 WMO는 기후전반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조정한다.

이번 일본 원전 폭발사고처럼 갑작스런 대규모 재해 발생 시 WMO의 기능이 주목받는다. WMO는 원전 사고 직후 사고소식을 전세계에 신속하게 통보했다.

“폭발사고로 대기 중에 유출된 방사성 물질들이 바람을 타고 태평양 쪽으로 흩어지고 있다. 방사능의 영향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해양으로 가고 있지만, 바람 방향 등 기상 조건이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해야 한다.”

정확도 높은 분석결과도 제공한다. WMO는 “한반도에 위험한 것은 남동풍이 부는 경우인데, 현재는 계절적으로 대륙에 고기압이 위치해 북서풍이 부는 계절이어서 상층의 바람은 태평양 쪽으로 빠져나간다"며 “지표면에서 3~4㎞ 정도의 중심고도에서는 안정적으로 북서풍이 불지만, 1㎞ 안팎의 낮은 고도에서는 수시로 바람의 방향이 바뀌기 때문에 예의 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전 지구적인 통계도 제공한다. 지난해 WMO는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온실가스의 총 복사강제력이 27.5% 증가했다”며 “이산화탄소와 메탄, 이산화질소를 포함한 주요 온실가스는 산업시대 시작 이후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 미셸 자로(Michel Jarraud) WMO 사무총장은 개도국에 대한 기상기술의 지원을 강조했다.

특별취재팀이 참석한 제 16차 WMO 총회에서 사무총장에 재선된 미셸 자로(Michel Jarraud) 총장은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가뭄과 폭풍 등으로 인한 피해가 잦은 빈곤국의 기상 예측 능력을 높이기 위해 연간 7천500만 달러의 기금이 필요하다”며 “70여개 개발도상국의 국가별 장기 예보 시스템을 보강하고 15~22곳에 광역 관측망을 구축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프리카 지부티의 경우 기상 관측 레이더는 물론, 강수량 측정기조차 단 한대도 없다. 관측 장비가 전혀 없기 때문에 홍수를 예측할 방법도 없다. 매년 20여개 태풍의 영향을 받는 필리핀 역시 얼마전까지만 해도 지부티와 다를바 없었다. 지난 2009년 300명의 인명피해와 300만명의 이재민 피해를 가져온 태풍 '켓사나'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필리핀에 '재해방지 조기경보 및 대응시스템'을 구축해 줬다. 현재 필리핀의 주요 도시 예보 자료와 위성자료 분석 시스템은 모두 우리가 제공하고 있다. 필리핀 기상청 직원의 교육과 기상업무 현대화를 위한 자문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기상 기술 수준이 이미 선진국 수준에 진입했으며, 기술 수혜국에서 기술 지원국으로 국제적 위상도 함께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 우리에게 기상기술 지원을 받은 필리핀은 국제 기상외교에서 한국을 지원하는 든든한 우방국이다. / 나타나엘 필리핀 기상청장


전 세계의 항공대란을 불러온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이나 최근 일본의 원전사고처럼 기상 재해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간의 기상협력과 기상외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이날 총회에서 우리나라의 조석준 기상청장도 4년 임기의 집행이사로 재선됐다. 조 청장은 표결 직후 취재팀과 만나 "앞으로 우리나라는 개도국에 대한 기상 지식 전수 사업을 더욱 활발히 펼쳐나가면서 기상외교의 힘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기상기술은 의술처럼 사람을 살리는 기술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전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WMO 집행이사국이 된 것은 2007년부터다. 그러나 이 때부터 한국 기상청은 필리핀과 베트남, 스리랑카 등에 기상 기자재를 공급하고 전문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했다. 또 2007년부터 네 차례나 기상 관련 국제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한국은 2회 연속 집행이사국 지위를 유지하게 됐으며 기상·기후변화와 국제간 협력에 있어 영향력과 발언권이 증대됨을 의미한다.


▶ WMO 집행이사로 재선된 조석준 기상청장은 동북아 기상·지진·경제 공동체를 제안했다.

조청장은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동북아시아 기상·지진·경제 공동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 경제에 있어 북미, 유럽과 함께 가장 큰 축을 이루고 있으며 경제규모 또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의 잇따른 지진, 편서풍을 타고 넘어오는 중국발 대기오염과 중국 내륙의 사막화 진행에 따른 황사, 최근 붉어진 백두산 대폭발설 등 기상과 관련된 재해는 동북아 경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동북아의 기상협력은 단순히 재난에 미리 대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동북아 경제권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기상외교는 갈수록 고도의 전략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앞으로 중국·일본과 협력을 강화해 동아시아의 목소리를 점점 높여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집중해온 선진국과 후진국을 연결하는 중간고리 역할도 꾸준히 힘써야 한다. 기상청 김승배 대변인은 "중국과의 관계는 비교적 쉽게 풀려나가고 있는데 일본과의 관계에서는 시원스럽지 못한 면이 다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시기심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는 관계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심재훈 기자 jhsim1@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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