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고가통제 이후 통행속도 모니터링 [출처=서울시 제공]

 


서울역 고가통제 이후 퇴계로의 차량 통행속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TV가 서울시로부터 7일 입수한 '서울역 고가통제 이후 통행속도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셋째주 서울역에서 회현사거리를 지나는 퇴계로 차량의 평균 통행 속도는 14.2km/h로 조사됐다.
이는 고가도로 통제 직전인 2015년 12월 둘째주 통행 속도 16.8km/h보다 2.6km/h 떨어진 수치다. 같은 기간 도심 통행속도인 17.1km/h보다도 느리다. 

아침 통행속도는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퇴계로의 출근시간대(7~9시) 평균 통행속도는 21.9km/h로 서울역 고가 통제 직전 수치인 29.1km/h에 비해 약 7.2km/h나 느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역 고가통제가 인근 도로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서울시는 극심한 정체를 빚고 있는 서울역 고가 일대 교통흐름 개선은 커녕 퇴계로의 차선을 오히려 줄이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는 보행자 중심의 거리를 만들기 위한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위해 지난 2월 16일부터 퇴계로 주변 일대의 차로를 줄이고 보행자 도로를 확대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퇴계로 남대문시장 구간은 기존 6차로에서 5차로로 한 차로가 줄어들고 대신 보행공간은 최소 4.4m에서 최대 12.5m까지 확대된다.  

'보행환경 개선사업'이 완료될 경우 퇴계로의 출근시간대 차량 통행속도는 10km/h대 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잇따라 진행되는 사업이 오히려 교통의 흐름을 크게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주변 교통환경 영향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우회로 안내와 신호 체계 정비 외에 추가적인 교통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회현역 사거리에서 서울역 방면으로 가는 차량들이 '서울로 7017' 공사가 진행 중인 고가도로 시작 지점 앞에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 구간을 자주 운행하고 있다는 택시 경력 10년의 윤모 기사는 "애초 차가 많이 막히는 길인데, 지금 공사 중이라 3개 차로 중 2개 차로 밖에 이용을 못해 이전보다 더 막힌다"며 "위험 등급을 받은 고가도로를 아예 철거하거나 보강 공사를 해서 차가 다닐 수 있게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33년째 택시 운전을 하고 있는 최모 기사는 "택시를 운전하면서 퇴계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고 포기하는 길이다. 고가도로가 시작되는 주변 지점부터 10m마다 3~4분 정도의 대기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고가도로 재생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역까지 택시를 이용한 승객 김재훈씨는 "서울역 근처에 올 때면 차가 심각하게 밀려 불편함을 자주 느끼는 편"이라며 "역까지 오는데 신호가 몇 번이나 걸린 지 모르겠다"고 교통 체증의 답답함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역 인근 교통 흐름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추상호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부교수는 "서울역 일대에서 여러 사업이 진행될 경우 교통혼잡도가 가중될 수 있다"며 "병목현상으로 기존 서비스 수준에서 한 단계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추 교수는 "현재 서울역 동서축의 소통체계가 단절되어 있는 상황을 극복하려면 지속적인 구간별 모니터링은 물론 지하 터널 같은 하나의 교통 축을 대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자 도로로 바꾸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찬호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진짜 문제는 사람들이 왜 고가도로 위로 걸어가야 하는지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라며 "길은 도착지에 가기 위한 수단인데, 서울시는 길 자체를 명물로 만들겠다며 하나의 목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울로 7017의 벤치마킹 사례인) 뉴욕 하이라인파크의 경우 길로써 사용 가치가 높아져 명소가 된 것"이라며 "우리가 '서울로 7017'를 통해 서울역을 거쳐갈 이유가 없다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람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지난 20일 서울역 고가도로 시작 지점 주변에 많은 차량들이 몰려 들어 정체를 빚고 있다.

 


만일 서울시가 시동을 걸고 있는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서울역 고가도로 보행자 전용 도로가 쓰임새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이후 들어선 상권을 찾는 유동 인구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차량 유입이 함께 늘어난다면 서울역 고가통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그야말로 '교통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교통기획팀 관계자는 "서울시의 큰 정책 방향이 차량 위주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옮겨가는 것에 따른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도로 여건 변화에 맞춰 통행량도 조절이 되기 때문에 그렇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계자는 또 "신호 체계 점검이나 도로 평면화 등을 실시한 것 외에 현재 추가적인 교통대책이 마련된 것은 없다"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서울역 고가도로 개장 이후 새로운 교통대책이 필요할 경우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환경TV선정 '소비자들이 뽑는 올해의 친환경차' 투표하면 푸짐한 경품이 팡팡!!  

lulu_oh@eco-tv.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