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국내 여건상 어렵다는 주장 반박…"환경보건법 개정안에 도입해야"

[출처=가습기살균제 특위]

 


지난해부터 가습기살균제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 등 환경피해 관련 이슈가 쏟아지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징벌제)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법조계에서도 환경보건법 개정안 등에 징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홍영표(더불어민주당) 위원장실 등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대한변호사협회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 법조인들이 토론회를 열고 환경피해 관련 징벌제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박태현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화학물질위험에 대해 사회적 관리체계 아래 국가와 기업간의 책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업에 법정의무(최소의무)와 알파의무(최후의무)를 포함한 안전확보의무를 부여하고, 알파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동기로 징벌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환경보건법에 징벌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환경성질환의 개념, 최고한도 설정, 소급 입법, 전보배상과 징벌배상의 구분 판결, 제조물책임법을 비롯한 다른 법과의 관계 등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미법상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가해자가 악의적으로 불법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입혔을 경우, 피해자가 입은 실손해 이외에 징벌적 의미를 추가 배상하도록 해 2차 행위 반복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

하지만 기업활동 위축 우려와 소송 남발 우려, 이중처벌금지원칙 위반, 국내 대륙법계 체제와 맞지 않는다는 등의 쟁점들로 인해 실질적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홍성훈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 부대표는 기업활동위축 우려에 대해 배상액의 최고 한도를 설정해 법관에 대한 일정 지침으로 작용하게 하고, 해외 사례 등을 통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 우선 특별법으로 도입해 점차 확대하면 된다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또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징벌배상금 중 일부를 국가에 귀속시켜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중처벌금지원칙에 반한다는 입장에 대해선 1994년 이후 헌법재판소가 형사제재와 과태료는 이중처벌금지원칙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이어오고 있어 같은 취지로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법 체계가 중국의 대륙법계에 속해 영미법 국가들처럼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선 중국에서도 소비자권익보호법이나 담보법, 근로계약법, 특허법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고 있다며 이는 적절치 못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 변호사는 징벌제의 핵심은 악의적 불법행위로 인한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인 만큼 징벌제와 더불어 집단소송법과 디스커버리제도를 병행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단소송법은 일부 피해자의 손해배상 소송의 기판력(실질적 확정력)이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미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디스커버리제도는 막강한 법무팀을 보유한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상대적으로 증거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들의 증거 확보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홍 변호사는 "징벌제는 그간 사회적인 이슈가 될 만한 사건 발생시마다 잠깐 논의됐다가 민법 손해배상 체계에 맞지 않는다는 등의 반론들로 실질적 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옥시사태'로 논의가 급진전되고 있어 다행스럽지만, 안타까운 사건이 터져야만 도입 필요성을 느끼는 법조인과 국회의 자성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표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와 같은 심각한 환경피해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적 조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며 "징벌적 손해배상과 관련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유해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환경보건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fly1225@eco-tv.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그린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