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2의 참사 막기 위해 공개해야"…환경부 "기소 전엔 공개 못해"

[출처=가습기살균제 특위]

 


최근 가습기살균제 사태를 유발한 유해물질로 알려진 PHMG를 불법유통한 33개 기업이 적발됐다. 이에 국회와 환경단체에서 해당 기업들의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16일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295톤을 불법 유통한 업체들이 무더기 적발됐다. PHMG는 국내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유발했던 인산염(PHMG-포스페이트)과 염화물(PHMG-클로라이드) 등 2가지 종류의 물질이 유통, 사용중이다. 

이들 업체들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유독물질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PHMG를 제조·판매했다. 또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의 PHMG 성분함량을 유독물기준 이하로 허위 조작해 일반화학물질로 위장하며 단속을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는 이들 업체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기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업체명을 밝히는 것은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업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발된 기업 중엔 대기업이거나 대기업 계열사가 3곳이나 포함됐고 이 중 옥시 가습기살균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SK케미칼이 포함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은 정부와 검찰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조격이자 주범으로 전체 제품의 90%이상 원료를 공급했고 가습기살균제 첫 제품을 개발해 8년간이나 직접 판매한 SK케미칼을 처벌은 커녕 수사도 하지 않고 방치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이어 "환경부는 PHMG가 흡입독성은 강하지만 피부독성이 낮다며 이번에 불법사용된 섬유제품의 경우 인체유해영향이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환경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강병원(더불어민주당)의원은 "언론이 SK케미칼이라고 공개한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했기 때문"이라며 "환경부도 이같은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명단 공개를 촉구했다.

강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관련 물질을 불법유통을 했다는건 심각한 악의이며, 100% 적발됐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불법 기업 명단을 공개했을 때 더 많은 피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거 아니냐"고 강조했다.

이어 "법무법인에 알아본 결과 법률적으로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생길지 모르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며 "강력한 처벌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도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답변에 나선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검찰 검사가 파견돼 중앙환경사범수사단에서 수사를 하는데 직접 수사를 한 입장에서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명단을 밝히는 건 법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차라리 기소를 하면 공개될 수 있어 빨리 기소를 하라고 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이달 말까지 일부 소명이 덜 되는 곳을 제외하고 기소하기로 한 상태"라며 "그렇지 않으면 해당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자복하게끔 하는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환경보건시민단체에 따르면 이달 9일까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신고 접수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총 5432명이며, 이 중 사망자는 20.9%인 1131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서만 사망자 19명을 포함한 91명의 신규피해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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