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포커스뉴스]

 


정부가 낡은 구제역 백신을 고수해 매년 방역에 실패해 왔지만 이를 농가의 부주의로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충북도에 따르면 오전 10시 보은군 탄부면 구암리 한우 농장에서 기르는 소 7마리가 구제역 의심 증상을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간이검사를 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올해 네 번째 구제역 발생 농장은 충북 보은의 최초 발생 농가에서 불과 1.3km 떨어져 있다. 

전날까지 구제역 발생지인 충북 보은과 전북 정읍에서 'O형' 이, 경기 연천에서 'A형'이 발견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한우 농가의 소 314만 마리에 대해 구제역 백신 재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을 제기해 왔으며, 지금의 백신은 사실상 '물백신'에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변이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음에도 정부는 기존 백신의 공급사인 영국 메리알사의 백신 외에 다른 종류를 들여오지 않았다. 

국제 구제역 표준연구소인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 도널드 킹 박사는 이미 2015년 국내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지난 2010년엔 3종, 2014년엔 2종의 염기서열이 다른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킹 박사는 "한국의 구제역 분석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수도 있고, 같은 유전자에서 시작했지만 바이러스가 분화하거나 변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었다.

현재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백신은 2010년 말 첫 구제역 발생 이후 들여온 '오 마니사(O manisa)'와 2015년 3월에 들여온 '오 삼공삼구(O 3039)로, 모두 영국 메리알사의 백신이다. 

'오 마니사'는 지난 2014년 영국 퍼브라이트연구소의 검사 결과 당시 활동 중인 바이러스 균주의 상관성이 떨어져 구제역 전염을 막을 수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오 삼공삼구'가 추가 백신으로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번 재접종에서 투여되는 (O+A) 백신에서 'O형'에 해당한다.

이에 농림축산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의 한 수의연구관은 "2014년 퍼브라이트연구소에서 '오 마니사'의 백신이 국내 구제역 바이러스와 매칭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2015년 '오 삼공삼구'를 후속 조치로 들여온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오 삼공삼구'와 '오 마니사'를 접종하면서 소의 항체형성률이 높게 나오는 등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연구관은 "돼지의 항체형성률이 들쭉날쭉한 것에 비해 소의 항체형성률은 일관성 있게 높게 나와 백신 다양화에 관한 논의를 한 적이 없었다"며 소의 구제역 백신 다양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음을 암시했다. 

이와 관련해 서상희 충남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날 "지금 사용하고 있는 메리알사의 백신 자체가 (우리나라 구제역과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다"면서 "지금의 백신을 다시 접종한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고, 되레 변종이 생겨 지금과 같은 임상 증상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특히 "2011년 퍼브라이트 연구소에서 우리나라 구제역과 유전자가 98%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진 러시아산 백신 '오 프리모스키'를 들여와야 한다"며 "그동안 소의 구제역 백신 다양화 관련 논의 자체를 안 했다는 것은 정부가 큰 실기(失期)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 연천 구제역 발생 농가의 소에서 발견된 'A형'이 돼지로 번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지금까지 돼지에 'A형'은 접종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A형' 백신 수급이 쉽지 않아 돼지로 옮겨질 경우 모조리 살처분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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