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보호대상 해양 동식물 해수부로 이관할 계획 없어"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이자 해양수산부가 지정한 보호대상 해양생물 '밤수지맨드라미'. [출처=해양수산부]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동식물을 보호·복원하겠다는 환경부의 정책이 해양수산부와의 알력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바로 해양 동식물이다. 일부는 제대로 된 관리·감독은 커녕 어디에 얼마만큼 분포해있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해양 동식물의 경우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환경부와 분리해 해양수산부에 일원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환경부는 “업무 이관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지난해 기준 246종(Ⅰ급 51종, Ⅱ급 195종)으로 포유류 20종, 조류 61종, 양서·파충류 7종, 곤충류 22종, 어류 25종, 무척추동물 31종, 식물 77종, 해조류 2종, 고등군류 1종이다. 이 가운데 점박이물범, 검붉은수지맨드라미, 금빛나팔돌산호, 밤수지맨드라미 등 36종은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이기도 하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현황. [출처=통계청]

 


해양수산부의 보호대상 해양생물이 환경부가 선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에 포함된 까닭은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 동식물을 보호·복원하는 주무 부처가 환경부이기 때문이다. 이에 해수부는 2007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법)이 제정될 당시 해양 동식물을 환경부 멸종위기종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환경부의 '거절'이었다. 

해수부 해양생태과 관계자는 "해양생태법 제정 당시 해양 동식물을 분리해 관리하자는 논의까지 갔지만, 환경부 쪽에서 원하지 않았다"며 "환경부가 육·해상에 있는 모든 생물을 관리하려 하고 있으므로 부처 간 중복 행정이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보호대상 해양생물이지만,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라는 큰 범주에 속해 있어 실제 관리까지는 접근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환경부와 협의해 가급적 해양 동식물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에서 분리해 해수부가 관리하는 방향으로 추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하나의 종이 여러 부처에 걸쳐 멸종위기종,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되는 등 부처 간의 상호 연계·소통 부족은 지난 제주 강정마을회,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주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 등으로 구성된 '연산호 조사 TFT'의 발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연산호 조사 TFT는 지난 2일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있는 강정 앞바다의 지표 생물군이 2009년과 비교했을 때 약 5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산호충류의 피해는 극심했다. 분홍바다맨드라미는 2009년 2월과 7월 각각 17.4%, 9%의 피도(식물종이 지표면을 차지하는 비율)를 보인 반면, 2015년 같은 달에는 각각 11.71%, 0%로 감소했다.

한국의 고유종으로 2012년 5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이자 해수부가 지정한 '2월의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밤수지맨드라미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대부분 괴사해 개체 수는 총 2~3개에 불과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해군이 '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없다'고 주장할지언정 연산호 서식지에 피해가 가고 있진 않은지, 공사로 인한 부유물질을 발생하지 않는지 철저하게 관리·감독 했야 했다"며 "밤수지맨드라미를 비롯해 연산호 훼손에 대한 문제를 방임한 것은 엄연한 환경부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에서 밤수지맨드라미, 검붉은수지맨드라미의 '국내 분포'를 확인하기 위해 클릭하면 '데이터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출처=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

 


실제로 지난 6일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에 대한 정보가 담긴 국립생물자원관 홈페이지를 찾아 본결과 밤수지맨드라미의 국내 분포조차 확인할 수 없다. 홈페이지 화면을 채우는 것은 '데이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요청하신 분류군은 분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버튼을 클릭하면 이전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뿐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관계자는 “데이터 작업이 완료되는 즉시 분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며 “환경부 멸종위기종과 함께 해수부 보호대상 해양생물로 지정된 경우 ‘(정부 협의체인) 국가보호종 관리 위원회’에서 각 부처에 관리·감독에 대한 업무를 분담해주고 있어 양 부처 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양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질지 몰라도, 아직까진 업무 이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멸종위기 동식물에 대한 관리·감독을 두고 환경부와 해수부가 대립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 사무처장은 “멸종위기에 놓인 동식물의 개체 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지금,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환경부와 해수부가 힘겨루기나 하고 있다”며 “각 부처가 어떤 식으로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호·복원 사업을 할 것인지 충분히 소통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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