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하구·제주 물찻오름·울진 천축산·횡성 현천리 습지

순천만 습지. [사진=환경TV DB]

 


습지는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키는 환경적 중요성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흡수해 기후변화를 저감하고 홍수와 가뭄 등의 자연재해를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이미 잘 알려진 습지로는 국내 첫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인제 대암산용늪을 비롯해 영월 한반도 습지, 창녕 우포늪, 오대산 국립공원 습지, 순천 동천하구 등 내륙 습지와 순천만·보성벌교갯벌, 무안갯벌 등 연안 습지가 있다. 이밖에 지자체 지정 습지 중 인천 송도갯벌과 서울 한강밤섬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2월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전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존 가치가 높고 가볼만한 습지들을 간추려봤다.

섬진강 하구 습지. [출처=국립습지센터]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에 따르면 전남 광양시와 경남 하동군에 걸쳐있는 섬진강 하구는 대규모 기수역(汽水域, 염분의 농도가 낮은 하구 일대)이 형성된 자연하구다.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2급 큰고니, 독수리, 호사비오리, 말똥가리, 알락꼬리마도요, 붉은발말똥게 등이 서식하고 있다.

현재 하구둑이 없는 하구로서는 한강 다음으로 큰 대하천 하구로 보전 가치가 크다. 간척사업으로 범람지 대부분이 농경지로 변했지만 제방 안쪽엔 여전히 하구 갯벌과 모래톱이 잘 발달해 있고, 일부 대숲이나 갈대밭으로 이루어진 수변 초지가 잘 보전돼 있다.

제주 물찻오름. [출처=국립습지센터]

 


제주 물찻오름은 화산쇄설물의 화산체에 형성된 희소성이 높은 습지로, 오름 정상의 분화구에 연중 물이 가득 차 있어 '물찻오름'이라고 불린다. 다람쥐, 제주족제비, 오소리, 노루와 제주도 특산종인 제주등줄쥐를 비롯해 다양한 조류와 육상곤충, 양서·파충류와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만 볼 수 었는 독특한 습지유형으로 규모는 작지만 수심이 깊고 화구의 원형이 잘 보전된 분석구에 발달한 담수호습지다. 다만 분석구 호소습지에 대한 수문환경과 특성에 대한 기초자료가 미비해 습지의 형성과정과 가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장기수문관측시스템 등의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제주 물영아리오름습지와 물장오리오름습지 등과 더불어 보전가치가 매우 높아 국가보호습지나 람사르습지로 등록해 보전·관리가 시급하다. 또 탐방로 세굴에 의한 토사유출과 불법 낚시, 야생동식물 남획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감시원이 상주해야 한다고 국립습지센터는 당부했다.

울진 천축산 습지. [출처=국립습지센터]

 


경북 울진 천축산 습지는 500~650m의 높은 지형에 위치해 산지습지로서의 다양성과 생물다양성이 높다. 왕피리로 이어지는 산간도로에서 동쪽으로 개설된 임도를 통해 습지에 접근할 수 있다.

멸종위기 1급 산양과 2급 담비, 삵, 하늘다람쥐, 새호리기, 까막딱다구리를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과 육상곤충 등이 서식하고 있다. 

다수의 습지로 이뤄져 있으며 인간의 영향을 받은 묵논습지로 볼 수 있다. 다만 이전에도 자연적인 산지습지 환경을 이루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으로 국립습지센터는 추정했다.

횡성 현천리 습지. [출처=국립습지센터]

 


강원 횡성의 현천리 습지는 산지 사면의 완경사지에 형성된 묵논습지(저층습지)로 멸종위기 2급인 독미나리 자생지이자 삵, 황조롱이, 물장군 등의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축산기술연구소로 접근하기 위한 포장도로가 개설돼 접근성이 좋다.

인위적인 환경변화를 거쳐 비교적 단기간 내에 형성됐지만 지형의 다양성과 생물의 다양성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묵논습지 중 국내 최대 규모로, 빠르게 변해가는 묵논습지의 변화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습지센터는 "인간의 간섭이 배제된 이후 자연천이에 의해 습지원형이 복원되고 있는 저층습지로써,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라며 "국가보호습지나 람사르 습지로 등록해 보전·관리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생태탐방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탐방객으로 인한 훼손이다. 습지보호지역을 신청한 지자체들도 습지 보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생태탐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평균 300만명이 다녀가는 전남 순천만습지의 경우 생태보전을 위해 주차장 예약제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김태규 국립습지센터 박사는 "람사르 협약에서 습지를 두고 '현명한 이용'이란 표현을 사용한다"며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이용과 보전 양쪽 측면을 보는데 우리나라는 생태관광 위주로 국가 차원에서 보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부는 보전이 최우선이고, 지자체도 보전이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생태관광쪽을 부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며 "훼손 우려도 있지만, 일단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 관리체계로 들어오기 때문에 환경 보호가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fly1225@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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