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제한구역 면적도 줄어…습지 훼손 방지 시급

인제 대암산용늪 [출처=국립습지센터]

 


2일 세계 습지의 날을 맞은 정부의 보전노력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이날 전남 곡성 기차마을에서 열린 세계 습지의 날 기념 '습지 보전관리 현재와 미래' 정책세미나에서 환경부는 지난해 습지 보전관리 정책성과 및 올해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습지 보전·관리는 1999년 환경부와 당시 해양수산부가 공동 제정한 습지보전법에 따라 국가·지자체의 책무다. 매 5년마다 발굴조사와 모니터링 등 기초조사를 실시하고 우수 습지 등은 정밀조사를 해야한다. 이를 토대로 매 5년마다 습지 기초계획을 세워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국제사회에서도 습지 보전·관리는 강화되고 있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에서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2020년까지 보호지역은 육상 17%, 해양 10% 이상 확대하는 내용의 '아이치 목표(Aichi Target)11'가 설정됐다.

이어 2015년 6월 우루과이에서 열린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총회에선 '제4차 람사르전략계획(2016~2024) 및 CEPA 프로그램' 결의문이 채택돼 습지 보전과 이용을 위한 4대 목표와 19개 세부목표가 제시됐다.

국내 습지관심도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다. 2008년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 개최 전 생태우수 습지에 대한 관심도는 52.2%였지만 이듬해인 2009년엔 64.6%로 높아졌다.

그러나 환경부 조사결과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 국내 습지의 61%가 사라졌다. 도시화율은 1960년 39%에서 1977년 87.2%로 급등해 2015년엔 91.8%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개발제한구역 면적은 1997년 5397㎢에서 2015년 3858.7㎢로 오히려 감소했다. 개발에 밀려 습지가 사라진 것.

이날 발표에 나선 강정완 환경부 사무관은 "도시화로 인한 과잉, 난개발로 습지가 사라졌고 아직도 개발행위로 인한 습지보호지역과 우수 습지 훼손 위험은 높다"고 우려했다. 

고창 운곡습지 [출처=국립습지센터]

 


환경부는 올해로 마무리 될 제2차 국가 습지보전기본계획에 이어 제3차 기본계획(2018~2022)을 연내 수립할 계획이다. 3차 계획은 '미래를 위한 습지, 모두가 누리는 혜택'을 비전으로 습지 보호와 복원, 선진제도 도입, 생태계서비스 등 현명한 이용방안이 포함될 전망이다.

또 내달중에는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사업을 추진중인 5개 후보지역(제주시 동백동산, 서귀포시 물영아리오름, 창녕군 우포늪, 고창군 운곡습지, 인제군 대암산 용늪)을 대상으로 최종 후보지를 선정해 9월 인증을 신청할 계획이다. 

습지도시 인증을 위해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람사르협약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국내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제도 우수사례를 발표하고 람사르습지도시 선정 독립자문위원회 활동에도 참여한다. 위원 11명 중 국립습지센터 김태규 박사가 포함되며 선정지는 2018년 열릴 제13차 당사국총회에서 발표된다.

'국가 습지인벤토리'도 구축된다. 이는 2000~2015년까지 진행한 전국 내륙습지 기초조사를 통해로 한 전국의 습지 현황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현재 1325개소에 불과한 습지 현황이 2649개소 전체로 확대되고 습지 등급도 현행 3등급에서 4등급으로 세분화된다.

5월엔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마지막 보루, 습지'를 주제로 환경부 장관, 람사르 사무국, 국제 습지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세계 습지의 날 기념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2000~2015년 전국 내륙습지 기초조사 결과 [출처=환경부]

 



이렇듯 정부의 습지 보전 노력은 계속되는 반면 올해 예산은 크게 줄어들어 정책적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을 비롯해 새로 발굴되는 습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0~2010년까지 1, 2차 전국 내륙습지 기초조사를 통해 발굴한 습지는 1325개소였고, 2011~2015년까지 3차 조사에서 추가로 1324개소가 발굴돼 총 습지수는 2649곳으로 늘었다.

이에 반해 올해 습지 보전관리 예산은 78억5800만원으로 지난해(91억3800만원)에 비해 12억원 이상 삭감됐다. 관련 예산은 2012년 109억9400만원에서 87억~91억원 사이를 유지했지만 올해 70억원대로 줄었다.

강 사무관은 "올해 신규 습지보호지역 2~3곳을 지정하고 람사르습지 1개소 등록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민 참여가 중요한 만큼 습지보호지역 주변 주민을 대상으로 습지 생태 모니터링과 체험교육, 정화활동 등 습지 보전 활동으로 주민 인식 증진 노력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fly1225@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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