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스트리맵에서 본 청와대 [출처=OpenStreetMap 홈페이지 캡쳐]

 


정부가 '포켓몬고' 앱에 노출되고 있는 군사·안보시설에 손을 댈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4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 나이언틱의 AR게임 포켓몬고에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오픈스트리트맵에 청와대·국정원·미군기지·국내 군 활주로 등이 모두 노출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청와대의 경우 영빈관, 관저, 경호실 등 청와대 내부 건물 위치까지 표시돼 있고, 국내 지도에는 표시되지 않았던 국정원의 위치 역시 지도에 드러나 있다.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제35조에 따르면 공개가 제한되는 공간정보에 대한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관리규정을 제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이에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업체들은 군사·안보시설에 대한 정보를 삭제한 채 지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소속기관 국토지리정보원은 영국의 비영리 온라인 지도 프로젝트인 오픈스트리트맵의 특성상 법적 제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1일 환경TV와의 인터뷰에서 "보안시설이 노출이 된 곳이 꽤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해외 민간재단이 만든 지도의 경우 국내법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정보원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은 대부분 국내 기업과 제휴를 통해 전반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지도간행심사'를 받고 있는데, (이번 포켓몬고의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관련 법으로 제재할 수 있는 테두리가 아니라 적극 행정을 하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오픈스트리맵에서 본 황계동 군 활주로 [출처=OpenStreetMap 홈페이지 캡쳐]

 


이렇듯 지도보안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교통부 스스로 혼란을 겪고 있다보니, 지도에 노출된 보안 기관들 역시 이에 대한 뚜렷한 방침 없이 "협의하겠다"는 입장만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 활주로를 담당하고 있는 국방부는 이에 대해 "관련 사항을 확인 중이고, 필요한 조치가 있을 경우 관련 부처와 협의해서 조치하겠다"는 짧은 답변을 내놨다. 

국정원 관계자 역시 "국정원 업무 내용에 관해서는 북한 관련된 것이 아니면 코멘트가 불가능하다"면서 "청와대 역시 그렇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지난해 11월 국토지리정보원,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참여한 지도 국외반출협의체는 '안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구글 지도 반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당시 협의체는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내 지도 해외 반출은 안보 위협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고, 정부가 구글 측에 이의 해소를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으나 구글 측에서 이를 수용하지 않아 반출을 불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글에게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반출에 엄격한 기준을 내세웠던 정부가, 정작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나이언틱의 오픈스트리트맵은 사실상 방치하고 있어 이중잣대가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픈스트리맵에서 본 국정원 [출처=OpenStreetMap 홈페이지 캡쳐]

 


포켓몬고가 국내에 정식 출시된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청와대 지도 노출 논란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측은 "법률대리인과 연락해 의사 표현을 했고, 본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며 나이언틱의 연락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국내에 지부가 없어 미국 본사와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데만 수일이 걸리는데다, 회신이 온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어 지도 보완문제가 해결되기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지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이언틱은 포켓몬고 청와대 지도 노출 논란과 관련해 환경TV에 "부적절하다고 보고된 장소의 특정한 특징들을 제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입장만을 밝힌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회신은 기약없이 늦어지고 있다. 

lulu_oh@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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