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남획·기후변화로 생산량 급감…"인공 종묘 기술 상용화 필요"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꼬막. [출처=해양수산부]

 


겨울 입맛을 깨우는 '남도의 진미' 꼬막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몇 해 전부터 생산량은 급격하게 줄어든 탓이다. 한때 우리 식탁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꼬막은 이제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금 꼬막’이 돼버렸다. 남해 갯벌에는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1일 전남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꼬막은 1990년대 중반까지 전남도에서만 연간 2만톤 이상이 생산될 만큼 '풍족한' 갯벌 자원이었다. 하지만 꼬막 생산량은 2008년 1만2000톤, 2010년 8500톤, 2012년 4500톤, 2014년 1225톤으로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5년엔 전년보다 43.1%나 줄어든 528톤만이 생산됐다.

꼬막 생산량이 급감하면서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2000년 20㎏당 5만원이었던 꼬막 가격은 2013년엔 28만원, 지난해엔 35만원을 기록했다.

10년도 안 되는 시간에 꼬막 생산량이 1/10 수준으로 떨어지고, 가격은 약 7배가 넘게 치솟은 데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자원 남획이다. 어촌 사회가 고령화되자 꼬막 채취는 전문 채취업자들에게 위탁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50~60% 정도만 채취되던 꼬막은 최대 90%이상까지 잡아들여졌다. 채취업자들은 전문 기구를 사용해 다 자란 꼬막부터 어린 꼬막까지 긁어모았다. 그 결과, 매해 여름 산란을 준비해야할 어미 꼬막의 수는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했고, 곧 꼬막 자원의 감소로 이어졌다.  

2012~2016년 여름철 전남 지역 표층 수온의 변화를 기록한 그래프. [출처= 김용만 전남해양수산과학원 팀장]

 


두 번째 이유는 갯벌 생태계 변화다. 꼬막과 같은 패류의 경우 온도에 민감하다. 수온이 28℃를 넘으면 생존확률은 50%, 30℃를 넘으면 대부분의 패류는 폐사한다. 그러나 올 여름 이 일대 바닷물 평균 표층 수온은 33℃를 기록했다. 8월 10~16일 사이에는 36℃까지 올라가는 고수온 현상도 나타났다. 더위뿐만 아니라 추위도 문제다. 겨울철 기습한파로 갯벌이 얼면 어미 꼬막과 자연산 종묘가 동사해 번식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2009년 꼬막 종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인공 종묘 대량 생산 기술을 개발했지만, 7년째 이 기술은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인공 종묘를 1~2cm 정도까지 키울 수 있는 중간 육성시설(종묘배양장)이 전체 수요의 10% 수준인 2곳(보성·강진)에 불과한 탓이다. 

꼬막이 늘어날 기미가 안 보이자 해양수산부는 국내 꼬막의 90%를 생산하는 전남 보성군과 함께 올해부터 2021년까지 33억을 투입해 꼬막 복원에 나섰다. 예산은 모패단지, 치패단지, 종자 방류, 사후관리와 경제성 분석에 쓰일 예정이다. 예산의 세부적인 사용 계획은 조율 중으로, 보성군은 2월 중순 안으로 이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용만 전남해양수산과학원 팀장은 “남획과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꼬막은 더는 자연 종묘로 번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인공 종묘를 상용화해 배양장을 늘리는 등 생산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팀장은 "채취 업자들이 일정 크기 이하의 꼬막을 잡을 수 없도록 규제할 수 있는 법안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대로 꼬막 자원의 감소를 지켜만 보고 있다간 언젠가 꼬막을 '멸종위기종'으로 대해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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