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3200만마리 살처분…매몰지 관리는 여전히 부실

[출처=포커스뉴스]

 


올 겨울 전국에 유행한 조류독감(AI)으로 3200만마리가 넘는 가금류가 살처분됐다. 이는 국내 가금농장의 19.8%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다. 하지만 이들을 묻은 매몰지 4곳 가운데 1곳이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환경오염 우려가 또 다시 제기되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전국 434곳의 가축 매몰지 가운데 가금류를 묻은 169곳을 점검한 결과 48곳에서 62개의 관리 미흡사항이 적발됐다. 점검 대상 매몰지는 1만마리 이상이 매몰된 일반 매몰지 74곳과 5만마리 이상이 매몰된 95곳이다.

적발 사항은 주로 관측정 미설치, 잔존물 미처리, 상부 용출수 처리 미흡 등으로, 해당 매몰지 관할 지자체가 보완 조치에 나섰다.

관측정 미설치는 23곳, 매몰지 상부침하 10곳, 배수로 미흡 10곳, 상부 용출수 5곳, 가스배출관 미설치 4곳, 기타 10곳 등이다.

정부는 향후 지자체별 전담 공무원제 강화와 농식품부-환경부 합동 정기 점검을 통해 침출수 등 2차 오염 등을 예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살처분 매몰지 관리 부실 문제는 매년 AI나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제기돼왔지만 근절돼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동물 사체가 부패하는 악취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는 등 매몰지 관련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과거에는 침출수 유입으로 지하수가 오염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점검 대상 169곳 중 관측정을 설치하지 않은 곳은 아직도 23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측정은 매몰지 인근 침출수 유출 등으로 인한 오염을 관리하기 위한 장비다.

과거에는 구덩이에 비닐을 깔고 사체를 묻는 일반매몰 방식이 주로 사용됐지만 매몰지 인근 침출수 문제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최근엔 밀폐형 섬유강화 플라스틱(FRP) 저장조를 사용하는 매몰방식과 미생물을 사용하는 호기호열 방식이 도입됐다.

하지만 살처분 및 매몰 비용을 농가에서 떠맡고 있어 제대로 된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면서 국회에선 국가의 부담을 규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AI와 구제역은 법정전염병으로, 매몰 등의 비용을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할 수 있다고 임의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재정자립도가 낮아 농가에서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아직은 한 겨울인 만큼 땅이 얼어있지만 날씨가 풀리고 언 땅이 녹는 해빙기가 되면 매몰지 인근 환경오염 문제가 본격화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방역 과정의 주체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이며 환경부는 사후환경관리를 맡고 있다. 환경부는 아직은 방역이 우선인 만큼 해빙기가 되기 전, 방역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매몰지 환경영향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매몰지는 살처분된 가축사체 처리를 위한 것으로, 방역이 중심인 만큼 관측정 설치까지 일괄적으로 하는게 효율적"이라며 "환경부는 방역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할 예정이며 늦어도 2, 3월 해빙기 전에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AI 발생건수는 지난 15일 이후 5일간 의심신고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지난 20일과 21일 경기 김포(메추리)와 화성(토종닭)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돼 방역당국은 추가 발생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해당 농장 가금류는 신고 당일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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