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출처=포커스뉴스]

 


SK그룹이 또다시 '오너리스크'의 깊은 수렁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헌재 진술을 통해 SK가 그룹차원에서 최태원회장의 사면을 청탁했으며, 이에 따라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것이 사면의 대가였다는 의혹이 더욱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를 교도소에서 일찍 꺼내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움직였다는 것은 SK그룹이 그만큼 오너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회장은 201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이후 3개월여뒤 내연녀와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적으로 '고백'하면서 "SK의 최대 리스크는 오너"라는 비판이 거셌는데, 이번에 다시 사면대가 의혹이 확산되면서 SK그룹은 국내외 신인도에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특검의 수사를 받게 될 재계 총수로는 최회장이 단연 '0순위'로 꼽히고 있다. 최 회장은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111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국회청문회에 소환됐을 때와는 달리 현재는 사면대가 의혹 녹취록까지 공개돼 여론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 회장은 2015년 12월 내연녀 및 혼외자를 공개하면서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밝혀 대그룹 오너로서 도덕성에 엄청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 일로 SK그룹은 국내외 신인도에 큰 상처를 입은바 있다. 여기에 최순실게이트 연루가 실은 사면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진다면 최 회장을 향한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물론 향후 SK의 사업은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SK그룹 내부에선 특검 수사가 최 회장에게까지 확대되면 올해 경영활동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SK그룹은 최근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에너지를 비롯한 반도체 해외사업 확대성장에도 전력을 기울이기로 한바 있지만 이번 특검수사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최 회장이 매년 빼놓지 않았던 '다보스포럼' 참석을 위해 특검 측에 일시적인 출국금지 해제조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발로 끝났고, 특검이 3월을 넘기게 될경우 중국 ‘보아오포럼’ 참석도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발표한바 있다. 

업계 고위 임원은 "이번 다보스포럼 참석 불발로 해외사업에 당장 차질이 큰 곳은 SK그룹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해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처음으로 참석, 평소 중국과 한국간 경제협력에 애착을 보인 최 회장으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특검은 SK가 청와대에 최 회장의 사면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집중 수사 중이다. SK의 혐의를 먼저 입증해야 박 대통령의 죄도 성립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 회장이 특별사면으로 풀려나기 직전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에 보낸 문자메시지와 최 회장과 김영태 SK 부회장의 교도소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최순실과 안 전 수석의 형사 재판에서 특검은 김창근 회장이 안 전 수석에게 2015년 8월 13일, 최 회장의 사면 직전 보낸 "하늘 같은 은혜 영원히 잊지 않고, 최태원 회장과 모든 SK 식구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문자를 공개했다. 

앞서 최 회장과 김영태 부회장의 면회 녹취록서 나온 '숙제'와 이번에 ‘하늘같은 은혜를 잊지 않겠다’는 말의 의미가 SK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한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8일 구속될 경우, 최 회장에게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재벌닷컴 관계자는 "우선 재벌 총수들 전반의 정경유착과 개인적 이득을 취득한 것과 관련해 여론은 분노하고 있다"며 "최태원 회장의 경우 사면과 관련해 대통령과 SK간의 유착이 있지 않았냐라는 시각이 팽배한 상황이고, 국민들 대다수도 그렇게 믿고 있다"며 "특검수사도 사면과 관련해 어떤 대가가 있었는지 뇌물죄 포커스에 맞춰야 할 것 같고, 아마 삼성에 못지 않는 후폭풍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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