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피해자와 정치권 '솜방망이 처벌' 비난

가습기 살균제로 폐 이식 받은 피해자 [출처=환경보건시민센터]

 


참사 5년이 지나서야 가습기살균제 제품 제조·판매 기업 관련자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검찰구형에 크게 못 미치는 형량에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6일 서울지법은 신현우(69)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에게 징역 7년을, 노병용(66) 전 롯데마트 대표에게는 금고 4년을 선고했다. 외국계 임원인 존 리 전 옥시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가습기살균제가 피해자들의 폐 질환을 유발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제품 출시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임원들의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1100명의 사망자 등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 규모에 비해 이들의 형이 가볍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검찰은 당초 신 전 대표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환경보건시민연대는 6일 성명서를 통해 "2016년말까지 신고된 사망자가 1112명에 이르고 이번 형사재판에서 검찰이 제조사를 기소하면서 정부조사에서 폐손상 관련성이 확실하거나 높다고 확인된 1, 2단계 사망자만 113명이나 된다"며 "어처구니없는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들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정부 부처들은 책임을 회피하고 제대로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법원도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며 "이러다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재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존 리 전 사장에 대한 무죄 이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난이다. 재판부는 "대표이사 재직 당시 제품의 안전성이나 광고 문구가 거짓이라고 의심할 만한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거라브 제인 현 전 옥시 대표 등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못했다"며 존 리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회사를 대표하고 책임지는 대표이사의 위치에 있던 자가 제대로 된 보고를 받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고 비난하며 "검찰이 옥시의 외국인 임원과 영국본사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살인무기와도 같은 가습기살균제로 평생을 산소통에 의지해야 하거나 목숨을 잃게 만들었던 이들에게 징역 7년과 무죄는 면죄부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에는 관심이 없고 이익에만 눈이 먼 부도덕한 기업들은 비난 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하지만 법원 선고형량은 유족들의 한을 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은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중대성에 비춰 비번 판결은 솜털처럼 가볍다"며 "반성과 성찰 대신 책임회피에만 매달리는 기업과 정부관계자들은 용서받아선 안되며, 강력한 처벌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 재발을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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