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징벌조항 삭제·구제기금 정부책임 미반영 등 한계

가습기살균제 특위 [출처=포커스뉴스]

 


연내 본회의 통과를 약속했던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구제법(대안)'이 올해를 이틀 앞둔 29일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당초 약속과는 달리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환노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피해자들에게 요양급여와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간병비, 특별유족조위금 및 특별장의비 등 구제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환경부는 구제급여 지급에 대한 심의·의결을 위해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위원회를 두어야 하고, 위원회 산하 폐질환조사판정 전문위원회, 폐이외질환조사판정 전문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급여 대상 기준이 아니더라도 지원이 필요한 피해자를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특별구제계정을 설치, 운영하고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는 가습기살균제종합지원센터, 건강피해의 조사·연구 등을 위한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번 법안에서 당초 가습기살균제 특별법의 핵심 조항들로 제시됐던 제조사에 대한 징벌 조항이 삭제되고 구제기금에 정부책임이 반영되지 않은데다 소멸시효까지 두고 있어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참사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당초 이정미, 우원식, 김삼화 의원 등이 낸 법안에는 제조판매사들에 대해 판매액의 3~10배 이상을 징벌배상토록 하는 제조사 징벌조항들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환노위 일부 의원들이 과잉처벌금지라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 결국 삭제됐다.

이번 사태에 정부의 책임이 있는 만큼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기금조성에 정부가 일정 기금을 출연해야 한다는 부분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제조사들만의 기금으로 조성하도록 변경됐다. 게다가 부칙에 2000억원의 상한선을 두고 있어 기금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번 법안 부칙 제3조에는 '손해배상책임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건강피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20년간'이라는 소멸시효를 두고 있어 피해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1994년 제품 출시 초기에 사용하다 피해를 입은 경우 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 홍영표·이언주·한정애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서영교 무소속 의원 등은 구제법안을 개별적으로 제출했지만, 환노위에서 조정돼 단일안이 제출됐다.

한정애(민주당 간사) 의원은 "법안은 3·4등급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구제도 규정하고 있지만, 당초 도입을 검토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은 향후 법사위 등 심의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19대 국회에서 무산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올해 검찰수사와 옥시불매운동, 국정조사 등으로 하반기에만 7개의 관련 법안이 제출되면서 6년여 만에 제대로 규명하고 해결할 최적의 기회를 맞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국정조사는 진상규명, 피해대책, 재발방지라는 3대 과제에 한참 못미치는 결과를 낸 채 마무리됐고 환노위는 가습기살균제구제법을 정부책임과 징벌조항을 삭제한 반쪽짜리로 전락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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