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헹굼보조제 제품 광고 [출처=환경TV DB]

 


#서울 강남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모(46)씨는 얼마 전, 공개수업 때 한 학부모에게 식판에 ‘하얀’ 얼룩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시 씻은 후에도 얼룩이 남아있어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스테인리스 식판 특성상 건조 시 생기는 ‘물때’ 자국이라는 걸 알게 됐다. 고민하던 김씨가 선택한 것은 헹굼보조제인 ‘린스’. 사용 후 식판은 얼룩없이 반짝반짝해졌지만, 해로운 성분이 있지는 않을까라는 또다른 의문이 생겼다.

린스는 각 학교 급식소 자동식기세척기 마지막 과정에서 사용되는 헹굼보조제다. 공중위생법에서는 이러한 헹굼보조제를 ‘식기류에 남아있는 잔류물 제거, 건조촉진 등 역할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TV가 일선 학교서 사용중인 일부 린스제품을 확인해본 결과,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는데도 친환경 제품으로 포장돼 버젓이 사용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몇몇 학교 급식소에서는 '친환경' 헹굼보조제를 사용한다고 알고 있지만, 환경부, 복지부 등에 따르면 헹굼보조제는 친환경 인증을 받지 못한다. 제대로 된 규격이나 기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친환경 인증을 해주는 정부 유일의 공식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 관계자는 “식기세척기 헹굼보조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친환경 인증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인증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제품에 ‘친환경’이란 마크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은 허술한 관리체계를 틈타 ‘친환경’ 인증 마크까지 붙여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으며, 친환경 인증을 받은 식기세척제와 묶어 교묘히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특정 업체를 선정해 세제를 구입, 식기세척제와 헹굼보조제는 엄연히 기능과 성분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세제로 인식돼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한 급식소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친환경 세제를 쓰라는 권고지침이 내려온다”며 “우리가 쓰는 헹굼보조제도 친환경 린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시중에 유통 중인 린스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한 결과, '친환경' 인증마크를 직접 붙이거나 친환경 인증마크를 획득한 식기세척제와 함께 묶어서 판매중인 업체도 다수 찾아볼 수 있었다. 

이중 한 업체인 C사 관계자는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았는데, 실수로 친환경 마크가 표기된 것 같다"며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들 제품의 유해성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 강남의 초·중·고등학교 급식소에서 사용하는 헹굼보조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분석한 결과, “피부에 묻으면 다량의 물과 비누로 씻으시오”, “먹었을 경우 위를 희석시키시오” 등의 위험문구가 표시됐지만, 흡입독성·피부독성·경구독성 등 독성관련 실험은 단 하나도 진행되지 않은 실정이었다. 성분 또한 영업비밀로 공개하고 있지 않았다.

한 헹굼보조제의 물질안전보건자료 [출처=환경TV DB]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헹굼보조제에 대한 잘못된 광고 등은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며 “지난 10월 위생용품관리법안이 발의됐는데,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제대로 관리체계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최명선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서울학부모회 대표는 “헹굼보조제에 대한 규격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세척제로 유통·관리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아이들 건강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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