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9시5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방 약 48해리 해상에서는 중국 영구선적 유망 어선인 요영어26188호를 EEZ어업법 위반 혐의(망목규정)로 나포했다. [사진=박태훈 기자]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안전이 최우선이다. 올해 마지막 단속이 될 수 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몸조심해라. 무사히 돌아와라.”

20일 저녁 8시50분 전남 목포로부터 220㎞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이 발견됐다.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 국가어업지도선 무궁화 24호의 최귀실(59)선장은 16명의 대원을 조타실로 불러 모았다. 2~3m로 높은 파고가 이는 바다에 대원 중 절반가량을 바다로 보내야하는 최 선장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최 선장은 출동 지시를 내렸다. 

선장의 지시에 8명의 대원은 신속히 고속단정에 올랐다. 보호막이라곤 운전대 앞 플라스틱 유리뿐인 고속단정에 몸을 맡긴 대원들의 얼굴에선 웃음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적막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고속단정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바다를 내달렸다. 15분 뒤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중국어선이 실체를 드러냈다. 석도항에서 출항한 중국 영구선적 유망 어선인 요영어26188호(147톤)였다. 

20일 오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에 적발된 요영어26188호의 어창에서는 참조기 70박스가 발견됐다. [사진=박태훈 기자]

 


출동 대원 중 2~3명 나포 어선에 남아 中 선원 및 선박 관리
어업관리단 1인 多역 특성상 가족들에게도 비밀로 부쳐...
 
“서치라이트(탐조등) 비춰! 제대로 비추라고! 제대로 해!”

대원들은 탐조등을 비추는 동시에 고속단정을 중국어선 가까이 붙여 진입을 시도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중국어선에 오른 대원들은 조타실, 어창(물고기를 넣은 창고)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수색을 시작했다. 

생선 비린내가 코를 찌르는 선상 위에선 규정(50㎜)보다 작은 40~42㎜ 크기의 그물코가 산처럼 쌓여있었다. 냉동고에선 참조기 70상자가 나왔다. 조타실에선 미처 작성하지 못한 조업일지를 작성하는 요영어26188호의 선장 류모씨(40)가 발견됐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중국인 선장과 선원 16명이 선상 위에 모였다. 

중국어선 구석구석을 검색한 대원들은 EEZ 어업법을 위반(망목규정)한 혐의로 요영어26188호의 선장을 지도선에 압송, 조사하기 위해 고속단정에 태웠다. 단속을 마친 대원들도 하나둘 고속단정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16명의 중국 선원과 나포된 어선을 목포항까지 압송해야 할 2명의 대원은 요영어26188호에 남아 어업지도선으로 돌아가는 동료 대원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중국어선 불법 조업 단속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서해어업관리단 무궁화 24호의 1항사 박현준(40)씨는 “중국어선에 동료들을 남겨두고 떠나는 심정은 편치 않지만, 어디선가 불법 조업하는 또 다른 중국어선을 단속하러 가기 위해선 떠날 수밖에 없다”며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어업관리단의 특성 때문에 대원 중 다수는 가족들에게 자신이 하는 일을 비밀로 유지하고 있는 형편이다”고 토로했다.

20일 오후 해양수산부 서해어업관리단은 요영어26188호에 2명의 대원을 남긴 채 어업지도선으로 돌아갔다. [사진=박태훈 기자]

 


부족한 인력에 피로 누적…"5명 中 1명꼴로 부상"
안전행정부, 선박증톤 등만 인력확충 인정

해수부에 따르면 서해어업관리단은 백령도 NLL에서 전남 여수까지 16만1368㎢의 해역을 관할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해역 면적(43만3000㎢) 중 37%에 해당하지만, 서해어업관리단이 보유하고 있는 어업지도선은 단 13척뿐이다. 이마저도 20년 이상 된 노후 지도선이 5척(38.5%)에 달한다. 이에 대형 지도선의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문제는 부족한 인력이라고 대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한 대원은 “어업관리단의 경우 해안경찰청(해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부족한 인력 때문에 3교대 근무로 피로가 누적돼 있고 5명 중 1명꼴로 허리나 무릎 등에 부상을 달고 산다”며 어업지도선의 확충과 단속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해수부 훈령 제129호에 명시된 관공선 승무원 정원기준상 1000톤급 어업지도선 정원은 최대 24명. 하지만 무궁화 24호의 경우 16명으로 기준치보다 8명이나 적은 상황이다. 

최 선장은 “중국어선에는 척당 10 ~20명 정도의 선원이 탑승해있기 때문에 고속단정 2척이 달라붙어야 불법 중국어선을 제압할 수 있지만, 한 척을 내보내고 나면 본선 인력이 부족해 고속단정 1척만 운용되고 있다”며 “상황이 급박할 땐 본선 필수요원 3명만 남기고 전 인력이 단속에 투입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대책’을 발표하며 1000톤급 지도선부터 관공선 승무 정원 기준에 맞춰 단계적 증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행정부는 선박증톤 등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인력확충 필요 사유만 인정된다는 입장이다.  

김평전 서해어업관리단장은 “어업지도선 승무 인력은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있지만, 관공선 승무원 정원 기준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며 “정부와 협의해 지도선 승무 인력을 늘려 대원들의 안전 확보와 함께 효과적인 단속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bakjunyoung@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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