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접근 막으려 '새총' 사투... 전국 곳곳 탐조 프로그램도 일제 중단

충남 서산 천수만에 겨울 철새가 날아들고 있다. [사진=환경부]

 


청정지역인 강원도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전국적인 조류독감 확산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멸종위기 종 복원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전국 연구소와 공원은 천연기념물인 따오기, 황새 등을 철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새총'까지 동원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다.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강원 철원에 위치한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간이검사한 결과 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정밀검사 결과는 오는 4일 나올 예정으로 확진판정이 나올 경우 철원은 우리나라 최대 닭산지인 포천과 가까워 추가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야생조류로부터 멸종위기 조류를 지키기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온 따오기 암수 한쌍, 바이스(白石)와 진수이(金水). [사진=환경부]

 


천연기념물 198호인 따오기 복원사업을 하는 경남 창녕군 우포 따오기복원센터는 지난달 22일부터 일반인 대상 개방을 중단했다. 또 철새 도래지인 우포늪을 피해 전체 따오기 171마리 가운데 70마리를 이곳에서 10km 떨어진 장마분산센터로 옮겼다. 센터 직원들은 철새 접근을 막기 위해 고무줄 새총을 쏘거나 돌팔매질을 하는 등 AI로부터 따오기를 지키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따오기는 37년 전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마지막 모습이 관측된 뒤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08년 경남도와 창녕군이 중국에서 암수 한쌍을 들여와 이듬해 첫 산란에 성공했고 8년만에 171마리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올해 10월 4일부터 일반인 대상 부분 개방을 했지만 AI 발생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전면 중단했다.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 생태연구와 복원사업을 하는 한국교원대학교 황새생태연구원 청남황새공원은 일반인 대상 생태교육프로그램을 중단했다. 95마리의 황새가 있는 공원에 생태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들이 접근할 때 AI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동물원들도 조류관을 폐쇄하고, 전국 곳곳의 철새 탐조 프로그램도 잇따라 중단됐다. 서울시는 한강과 지천 철새도래지에서 진행하던 탐조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1479마리의 조류가 있는 서울대공원과 어린이대공원의 관람도 모두 중단시켰다. 충남 서산시도 내년 3월까지 운영할 예정이던 서산 AB지구 겨울철새 탐조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도 AI의 빠른 종식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야생조류와 가금 간, 또 야생조류 간 AI 전파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 35개 주요 철새서식지의 야생조류 시료나 분변을 채집.분석하는 예찰(豫察)활동을 강화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겨울철새의 전국적 서식현황과 이동경로를 모니터링하고 그 결과를 농림축산식품부와 공유를 통해 효과적인 AI 대책을 세우도록 지원한다. 지난달 11일부터 13일간 전국 76개 주요 지점에서 철새 동시센서스 실시 결과 전국적으로 196종 90만 8802개체의 조류가 확인되었으며, 오리·기러기·고니류가 전체 개체수의 76.3%인 32종 69만 2984개체로 나타났다. 

청둥오리는 대부분 우리나라에 도래한 반면, 가창오리는 조만간 대규모 도래가 예상되고 있다.   
 
조경규 환경부장관은 “겨울철새가 이미 본격 도래해 월동을 시작했고 12월, 1월에는 개체수가 최대를 이룰 것"이라며 "철새 예찰과 시료 검사를 신속.철저히 이행해 AI의 빠른 종식에 기여할 것"을 기관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quqdass@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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