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가상현실(VR) 시스템을 활용한 머리 이식 수술이 내년 이탈리아 의료진에 의해 진행될 예정이다. [출처=IBT 홈페이지 캡쳐]

 

영국의 여류작가 메리 셸리가 쓴 1818년작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에서 과학자 헨리 프랑켄슈타인은 죽은 사람들의 신체기관을 수집해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대담한 시도를 한다. 이러한 소설에 못지않게 기괴한 현대판 '프랑켄슈타인' 수술이 이탈리아의 세르지오 카나베로 신경외과 교수와 의료팀에 의해 준비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장애로 인해 신체가 자유롭지 않은 사람의 머리를 뇌사자의 정상적인 몸에 접합하려는 것이다. 희귀 난치병인 '선천성 척수성 근위축증'을 앓아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는 러시아의 발레리 스피리도노프(31세) 환자의 수술이 내년 실시 예정이다.

수술이 진행되면 환자의 머리는 동결상태에서 절단된 후 기증자의 신체와 봉합된다. 보통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은 환자가 몸에 이식된 장기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고, 다른 사람의 몸 전체를 환자의 머리와 접합하는 수술 역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와 비슷한 수술이 원숭이를 대상으로 시도돼 일시적으로 성공한 일은 있지만, 머리를 이식한 원숭이는 거부반응을 일으켜 결국 죽었다.

현재로선 사람을 대상으로 한 수술 역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신의 머리가 다른 사람의 몸이 붙어 있는 상태를 환자가 정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술 가능성을 확신하는 의료진들은 머리 이식 수술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가상현실(VR) 시스템을 활용할 계획이다.

수술에 활용되는 VR시스템은 현재 미국의 IBT(Inventum Bioengineering Technologies)사가 개발 중이다.

세계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에 활용될 가상현실(VR) 시스템. [출처=IBT 홈페이지 캡쳐]

 


시스템의 세부원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개발사 IBT측은 “수술절차가 진행되기 전에 환자에게 예기치 못한 심리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현실(VR) 훈련이 활용될 것"이라고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수술이 진행되기 수개월 전부터 환자의 머리가 새로운 몸에 접합된 상태를 VR로 체험케 해 수술 후 충격에 대비시킨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술 과정이 성공해 전세계 수많은 신체부자유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의료계에서 VR기술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16일(현지시각) 프랑스에서 가상현실(VR) 기기를 활용해 뇌 종양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RT.COM 홈페이지 캡쳐]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프랑스의 한 대학병원은 VR기기를 환자에게 장착시키고 의식을 유지한 채 뇌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세계 최초로 시도해 성공한 바 있다.

의료진은 이 수술에서 환자에게 VR기기를 통해 가상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그동안 수술대에서는 검사하기 어려웠던 기능과 연관된 뇌의 특정 부위를 매핑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영국에서는 의료진의 외과수술 진행과정을 VR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전달해 원거리에 있는 의사가 마치 수술 현장에 와 있는 것처럼 진행과정을 참관, 수술 훈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올해 구글을 비롯한 HTC, 소니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VR기기를 속속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VR기술을 활용하는 분야는 단순히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ksh@eco-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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