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예산안 통과 제동 걸어야…"대선에서 공론화 될 것"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주최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지역주민들이 의원들에게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환경TV DB]

 


정부가 이달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애매한 개념과 주민 의견 수렴 과정 등 문제투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관련 예산안이 상임위를 통과해 예결위 심사를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주최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우라늄 광석으로 채굴된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마지막에 남은 방사성물질로 취급이 까다로운 방사성 물질 덩어리다. 

사용이 끝난 핵연료로부터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하고 남는 물질에는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다. 이 물질들은 핵분열 반응으로 생긴 생성물과 플루토늄, 네프트늄 같은 초우라늄 원소로 적은 양으로도 강력한 방사능과 독성을 지녔고 고열을 내며 수십, 수백만년 동안 영향력을 미친다.

정부는 당초 올해 8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절차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고 최종적으로 이달 1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부지선정 절차 및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해 다음날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률안은 고준위 방사선폐기물 처분장 부지선정 절차 외에 유치지역에 대한 지원 내용이 담겨 민감한 사안인 부지선정을 소통이 아닌 재정지원을 통해 해결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기존 중저준위 방폐장 건설과정에서는 주민투표를 통해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있었지만 이번 법안에는 주민투표 관련 내용이 누락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경주지진 이후 지진으로 인한 원전 위험성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는 만큼 핵연료 처리에 급급하기보다는 궁극적으로 기존 원전의 폐지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탈핵지역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핵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당사자가 되고, 싸울 수밖에 없다"며 "핵발전소를 추진하려는 입장에서는 존립을 위한 지속가능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고 결국은 핵폐기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실패했고, 공론화 과정은 파행을 빚었지만 정부는 이를 무시하고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 주최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절차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환경TV DB]

 


현재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월성의 경우 2019년 포화상태에 이르고, 고리는 2024년이면 포화상태가 될 전망이다. 또 다른 쟁점은 사용후핵연료의 임시저장고 문제다. 법률안에서는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고의 경우 법에서 규정한 관련시설이 아니라며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갈등이 일고 있다. 

또 현재 법안에서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원칙과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고, 지자체 의회 동의나 주민투표 등 의견수렴 방안이 명시돼있지 않은데다 지역에 대한 지원방안을 제시해 오히려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과 이동은 국제적으로 예민한 문제인데 이번 법안에는 국외 관리를 위한 국제협력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국제 분쟁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우원식 의원은 "사용후 핵연료 폐기장에서 검토해야 할 점은 앞으로 우리의 에너지정책이 어떻게 되고, 어떻게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지 등 총체적 계획이 반영돼야 한다"며 "총체적 고려와 계획없이 핵폐기물장을 짓겠다는건 그간의 과오를 반복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현재 법 제목이 중간에 바뀌면서 지역지원 이야기로 또 다른 지역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어 추가적 형태의 공론화 진행이 적절하다고 본다"며 "이런것들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위에서 예산안 일부가 통과됐고 법안도 나와 마구잡이로 진행되는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종오 의원은 "일단 예산통과를 막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핵 문제를 내년 대선에서 쟁점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탈핵에너지전환모임 대표의원인 우원식 의원과 윤종오, 서형수 의원을 비롯해 김준한(부산탈핵시민연대 공동대표)신부, 장영진(핵발전소안전성확보공동행동 집행위원장), 이상홍(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박혜령(영덕핵발전소반대 범군민연대 사무국장), 윤종호(핵 없는 세상을 위한 고창군민행동 운영위원장), 이경자(유성핵안전시민대책본부 집행위원장)씨 등 탈핵지역대책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민단체는 의원들에게 의견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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